이젠 정말 아듀, 블랙베리

‘예쁜 쓰레기는 예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말이 있다. 블랙베리를 예쁜 쓰레기라고 칭하는 걸 모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글쎄, 쓰레기라고까지 하긴 어려워도 분명히 ‘예쁜’ 쪽이라고 편을 들을 사람은 꽤 있을지도. 아무튼 한 때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쓴다면서 ‘오바마폰’이란 별명도 얻었던 블랙베리가 이젠 정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다소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 시장에서 나름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블랙베리는 애플과 삼성전자 등이 잇따라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였던 것과는 달리 뒤쳐지기만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여러 차례 호흡기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수준으로 근근히 연명해왔는데, 우리에겐 저가 대형 TV로 유명한 중국 가전업체 TCL(코스트코 가면 네이마르가 광고 모델로 나온 걸 볼 수 있는 바로 그 TV!), 그리고 미국의 스타트업 온워드 모빌리티 등이 블랙베리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하여 신제품 개발을 도모했던 것.

그런데 이제 온워드 모빌리티가 (물리 키보드가 달려있는)신제품 스마트폰 개발을 완전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이고, 블랙베리 또한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도 완전히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정말로 블랙베리 사업은 정말 끝이 난 것이다.

한 때 정말 갖고 싶었던, 블랙베리

개인적으로 블랙베리를 주력으로 써본 적은 없고 9900을 잠깐 만져본 적은 있었는데, 그 자그마한(?) 화면을 보면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날리는 모습이 참 희한하게 보였다. 따지고 보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엄밀히 말하자면 글로벌 안드로이드폰 시장에서 그나마 유의미한 실적과 점유율을 내고 있는 회사가 삼성전자 말고 또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LG전자도 스마트폰 사업을 진작 접었고, 중국 회사들이야 내수 시장만 보고 장사해도 먹고 살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성적이 별로고, 소니도 일본과 중국 정도에서나 그럭저럭 적자만 면하면서 장사하는 수준이고…

블랙베리를 써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특유의 물리 키보드를 누르는 느낌은 넓은 액정을 터치하는 느낌과는 엄청 다르고, 어쨌든 특별한 경험이라고들 말한다. 그렇지만 점차 넓은 화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기 원하는 사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스마트폰의 발전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고수한 블랙베리에게 이젠 정말 안녕을 고할 때가 되었다. 이젠 정말 아듀, 블랙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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