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월드컵을 격년제로 개최한다고?

지난 2018 러시아에서 열린 FIFA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모습

전 세계의 축구팬을 열광시키는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의 개최 주기를 현행 4년에서 2년으로 변경하자는 논의가 나왔다. 현재까지 곳곳에서 많은 의견이 쏟아진 가운데, FIFA는 이에 대한 논의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실 FIFA 월드컵의 개최 주기를 비롯해서, 축구 전반에 대한 본격적인 재검토 이야기는 꽤 오래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예를 들자면 현대 축구는 성인 남성 선수들의 경기를 기준으로 전반전과 후반전 각 45분씩 진행되는 것이 FIFA에서 정한 규정. 그런데 유럽과 남미 대륙을 제외한 곳에서 처음 열렸던 지난 1994년의 미국 월드컵 당시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메이저리그(MLB) 커미셔너 출신의 피터 위베로스가 “이번부터 월드컵을 쿼터제로 운영할 것을 FIFA에 관철시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나 FIFA의 극력 반대로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덧붙여서 미국의 축구 리그인 MLS Major League Soccer 도 지난 1990년대 초반 잠시 쿼터제로 운영이 된 적이 있었는데 이후 FIFA의 반대로 결국 전/후반 45분 룰로 돌아온 적이 있다).

그리고 올 봄에는 유럽 각국의 축구 리그들 중에서도 유명 선수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팬들 사이에서 인기도 높고 성적도 나쁘지 않은 몇몇 클럽들이 작당을 한 이른바 ‘슈퍼 리그’ 창설 이야기가 나왔으나 역시 FIFA와 UEFA(유럽축구연맹) 등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가 있다.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고 하지만, 원래 축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시대의 흐름이나 추세를 반영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먼, 말하자면 좀 완고하다는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축구의 매력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일 수도 있고.

하여튼,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에 대해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인 FIFA도 그런 측면에서 보면 뭔가 새롭고 신선한 것을 좀처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앞뒤가 꽉 막힌 꼰대들의 집합소 같은 느낌이고, 그게 사실과 그렇게 멀지도 않다.

그런데 적어도 자신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우는 일이라면 정말 일사불란한 수준으로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는 일 또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러 차례 목도한 바 있다.

FIFA 회장, 지안니 인판티노
현재 FIFA 이사회의 일원으로, 월드컵 개최 주기 2년 변경안을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다니는 아르센 벵거 전 아스날 감독

이번 FIFA 월드컵 개최 주기 변경에 대한 논의의 장에서는, 아무래도 찬성보단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일단 반대 진영에선 이런 대형 이벤트가 너무 자주 개최되면 희소성도 떨어지고 선수들의 혹사도 심해져서 결국 부상이나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물론 돈(대회 개최 수익)에 눈이 벌개진 FIFA를 저격하는 목소리가 그 가운데 가장 크고.

반면 FIFA 월드컵을 더 자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선 이른바 축구 약소국에서의 축구 발전이란 당위를 내세우고 있다. 현재 FIFA에 가입된 211개 회원국 가운데 단 한 번이라도 본선 무대를 밟아본 적이 있는 국가가 79개에 불과하니,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면 주어질수록 좋다는 언급을 하는 것. 애초 이번의 논의가 시작된 것부터가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협회의 제안으로 FIFA 총회가 열려 회원국의 투표 결과(찬성 166표 vs 반대 22표)에 따라 타당성 검토에 들어간 것이긴 하다.

그렇긴 해도 실제 FIFA 월드컵의 개최 주기가 현행 4년에서 2년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지만,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것이 요즘이고 보면…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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