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기지개가 시작되는가

최근 들어 영화관을 찾는 관객 수가 급격하게 감소한 것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가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일단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 사태가 가장 컸을 테고, 영화관들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지 않아 수익이 감소했다’면서 관람료를 올렸으며(여전히 동의하긴 힘든 논리),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OTT가 크게 흥한 것도 이유가 될 터.

물론 최근 몇 년 들어서도 극장에서 독보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있긴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그 수가 무척 적다. 그리고 위에 예로 든 이유들에 더해 영화 팬들은 “(극장에서)볼 영화가 없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역시 타당한 언급이라고 생각한다. 관객 수가 줄어드니 제작사와 배급사도 몸을 사리게 되었고, 투자도 감소해서 신규 제작도 어려워진 것.

한국영화의 경우를 살펴보면 작년이 특히 가물었던 한 해로 기억될 터다. 흥행 1위 기록을 세운 작품이 <좀비딸>인데 최종 기록은 약 560만 가량. 2등은 <야당>으로 300만을 간신히 넘긴 수준. 다만 흥행 기록과는 별개로 <세계의 주인>이나 <3학년 2학기>,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나 <어쩔 수가 없다>처럼 완성도 측면에서 높은 성취를 이룩한 작품들이 나와줘서 그나마 인상적이었다고 할까.

아무튼 2026년 들어선 한국영화가 슬슬 기지개를 켜면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려는 모습이 관측된다. 예년에 비하면 조금 긴 편인 설 연휴 직전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가 관객 200만을 모았다는 소식. 장항준 감독은 그의 필모에서 데뷔작인 <라이터를 켜라> 이후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울 기세. 그리고 그보단 약간 늦게 개봉한 <휴민트>도 입소문이 나쁘지 않게 나면서 관객 동원에 나서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가 미디어에서 많이 조명되면서 올해 상반기에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 기록이 아닌가 싶은데, 사실 그 기록은 <만약에 우리>가 이미 가져갔다. 텐트폴급 작품들인 <왕과 사는 남자>와 <휴민트>가 개봉하면서 지금은 개봉관에서 슬슬 내리는 추세인데 <만약에 우리>도 은근히 소문이 좋게 나면서 250만 관객을 동원했다(참고로 손익분기점은 약 120만 가량이라고).

(현재까지)2026년 상반기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만약에 우리>

<왕과 사는 남자>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면, 일단 현재 기록인 200만으로 끝나진 않을성싶다. 사실 많은 사극이 그렇지만, 전후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는 관객들이 이미 많으며 사극은 전통적으로 중년에서 장년에 이르는 관객들이 사랑하는 장르. 게다가 앞서 잠깐 이야기했듯 이번 설 연휴는 예년에 비해 하루 정도 더 긴 편이어서 가족 나들이에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 물론 비슷한 이유로 <휴민트>의 미래도 밝아 보이긴 한다. 류승완 감독과 조인성, 신세경, 박정민 등 배우들의 네임밸류에 화끈한 액션이 펼쳐지는 작품이니 모처럼 극장을 찾을 관객들로선 아깝지 않은 선택일 듯.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팬들과 평론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2026년의 기대작은 또 있다. 한국영화 역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되었다는 작품, 바로 <호프>. 나홍진 감독이 연출을 맡은 SF 스릴러라곤 하는데 솔직히 시놉시스를 읽어도 도대체 어떻게 나올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 제작비만 놓고 따지면(확인할 수 있는 매체마다 조금씩 다른데 최소 700억 원, 경우에 따라 1천억 원까지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관객을 거의 1천500만 명 이상 동원해야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출 수 있는 수준. 다만 <호프>는 단일 작품이 아니라 흥행 상황에 따라 후속편까지도 제작과 개봉을 할 수 있다고 하고 마이클 파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같이 해외 배우도 출연했으니 해외 판권도 염두에 두고 있을 듯.

올해 개봉 예정작 중 개인적으로 참 궁금한 작품은 <암살자(들)>이다. 주된 내용은 1974년 문세광의 박정희 저격 미수 사건인데, 연출을 맡은 이가 바로 허진호 감독. 이전까진 주로 멜로나 드라마와 같은 장르에서 능력을 발휘한 감독이 사실상 처음으로 맡은, 무겁고 진지한 스릴러 장르여서 기대를 갖게 되는 것(다만 지금 필모를 찾아보면서 알게 된 건데 은근히 평이 좋은 느와르 <킬리만자로>의 각본을 썼구나). 아직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같은 초기 작품들을 특히 좋아하는 영화 팬의 입장에서 그가 그려낸 암울했던 시대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그 외에 <군체>(연상호 감독), <국제시장 2>(당연히 윤제균 감독), <가능한 사랑>(이창동 감독) 같은 작품들이 올해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많은 영화 관객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을 작품은 과연 어느 것일까? 2026년, 한국영화가 기지개를 켜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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