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간으로 지난 6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동계올림픽이 개막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경우 국내에선 지상파 3사가 중계를 하지 않고 JTBC만 독자 중계를 하게 되는 바람에 분위기가 영 살지 않고 있고 심지어 올림픽 개막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은 듯. 물론 올림픽 같은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자체가 예전에 비해 많이 옅어진 상태이기도 하다. 덧붙여서 JTBC 독자 중계의 이면에 할 이야기가 많긴 한데 오늘 할 이야기는 그 부분에 관한 건 아니고.
아무튼 전세계에서 모인 수많은 이들이 다양한 종목에서 경연을 펼치는 일인 만큼 당연히 세계 각국의 취재진도 많이들 모였다. 그 말인즉 ‘카메라’가 많다는 이야기고, 또 카메라 앞에서라면 나름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이들도 선수들 중엔 있을 것이다.
요즘 미국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기가 막히는’ 난맥상이야말로 그런 이들의 입을 근질거리게 만드는 일일 터, 아니나 다를까 이번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선수들 중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의견을 낸 이들이 적지 않다. 다음에 전하는 말들을 보자.
- “나는 국가보다는 고향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내가 미국에 대해 믿고 있는 가치를 대표하러 왔다. 성조기를 달았다고 해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대변하는 건 아니다” / 헌터 헤스,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선수
- “우리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미국을 대표하고 싶다” / 크리스 릴리스,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선수
- “많은 사람들이 ‘너는 네 일이나 하고 정치 얘기는 하지 마’라고 하지만, 정치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걸(정치적 발언)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 앰버 글렌, 피겨스케이팅 대표선수
이상은 미국 선수들이 한 말이고, 유럽 각국에서 참가한 선수들 역시 정치적 발언이나 SNS 메시지 등을 통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꼬집고 있는 중. 근데 트럼프 대통령 또한 ‘말빨’로 따지면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인물 아니던가! 그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서 이번 사태에 단단히 삐쳤음을 숨기지 않고 “(헌터 헤스 선수를 두고)완전한 패배자로 자신의 나라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을 응원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애새끼도 아니고 참 ㅋㅋㅋ

한편,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의 이와 같은 정치적 발언에 혹시 문제는 없나? 애초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경기장 내에서 선수들이 특정한 정치적. 이념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는 하다. 일단 경기에 있어선 경기 자체에만 집중하며 더 큰 논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사실 위에 전한 미국 선수들의 발언도 경기장에서 직접 한 게 아니라 경기 후 기자회견 중의 발언이고 개인 SNS에 그와 같은 글을 올린 경우도 있다. IOC가 이런 부분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기에, 아직까지는 미국 선수들의 저런 발언이 올림픽에 관한 일종의 규정이나 규범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다만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향후 상황은 달라질 수 있기에 IOC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올림픽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서 열리는 사실상 대부분의 스포츠 행사에서, 선수가 특정한 정치적 혹은 이념적 발언을 하거나 선전을 펼치는 행위가 환영 받지 못하는 건 타당해 보인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이번 동계올림픽이나 아니면 FIFA 월드컵에 참가한 어떤 한국 대표선수가 경기 중 ‘YOON AGAIN’을 외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ㅋㅋㅋ 물론 그 정도의 철면피라면 그건 그거대로 인정해줄 수밖에(?).
전세계 취재진의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특정한 의지를 논리에 근거하여 주장하고자 한다면 지금처럼 경기장 밖에서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IOC와 FIFA를 비롯한 큰 단체들이 지금까지 그렇게 했던 이유가 있을 테니. 사실 IOC가 선수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요즘과 같은 스탠스를 취하게 된 건 그렇게 오래 전의 일도 아니다. 현재의 모습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상황에 따라 다소 완화된 것. 특히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권이나 차별과 같은)에 대해선 기준을 다소 유연하고 관대하게 내세우는 점도 그렇고.
어쨌든 정치적 발언이나 주장을 금지한다고 해서 그 정치적 문제가 없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어찌저찌 지난다고 해도 올 여름에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을 포함해서 멕시코와 캐나다 3국 공동 개최)에서 열리는 FIFA 월드컵에선 또 어떤 재미있는(?) 발언들이 나올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