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캄보디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캄보디아란 나라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이전까지 갖고 있던 지식은 앙코르와트가 있는 나라, 그리고 은근히 많은 베트남전 배경 영화의 실제 촬영지(그 중엔 그 유명한 <알포인트>의 호텔이 있다) 정도로 얄팍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적어도 2025년 이후부턴 몹시 무서운 일이 예사로 벌어지는 나라라는 인상이 더해지게 되어 다소 안타깝기도 하다.

20대 한국인 대학생이 여름방학 중 캄보디아에 방문했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 전 그의 가족에겐 “(그 학생이)문제를 일으켜 붙잡혀있는데 5천만원을 송금하면 풀어주겠다”는 연락이 전해졌다고. 그러나 이내 연락은 끊겼고 얼마 안 지나 시신으로 발견되었는데, 두 달이 넘도록 아직도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그의 시신에선 고문과 폭행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고 한다.

바로 지난달인 9월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도 최고 번화가라고 하는, 이른바 ‘프놈펜의 강남’이라고 하는 곳에서 50대 한국인 남성 여행객이 납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나마 다행히 경찰이 현장의 CCTV를 확보해서 범인들을 검거했고 납치되었던 여행객은 풀려났으나 그 사이 고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5일엔 캄보디아와 베트남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에서 30대 한국인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기도.

이처럼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 사실 이전에도 비슷한 일로 경찰에 신고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 2022년부터 23년까지는 납치 및 감금 등의 신고 건수가 연간 약 10회 정도였던 것에 비해 작년인 2024년엔 무려 220건이 넘었고 올해는 8월까지 330건이 넘었다는 보고까지 있다.

앙코르와트. 이렇게 아름다운 관광 자산이 있는 나라가 캄보디아인데

캄보디아에서 이런 흉흉한 일들이 일어나는 배경엔 일단 한국인들이 현지를 많이 찾는 ‘실제적 상황’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왜 캄보디아에 그렇게 많이들 갔을까? 단순 여행 목적의 수요도 있지만 그보다는 ‘단기간 고수익 보장 알바 혹은 해외 취업’ 같은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간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요즘은 한국에선 아무래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시절이긴 하니까.

작금의 사태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도 대책을 내놓았다. 프놈펜과 시하누크빌, 보코산(이 지역이 바로 <알포인트>의 호텔이 있는 곳이다) 등을 여행 위험 지역으로 분류하고, 외교부 차관이 이끌며 경찰청과 법무부, 국정원 등 관련 부처의 인원이 포함된 정부합동대응팀을 15일 캄보디아 현지에 파견하고 향후 액션을 취할 예정이라고. 현지에는 약 60여 명이 넘는 한국인이 구금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들을 국내로 송환할지 여부도 결정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캄보디아는 앞서 이야기한 앙코르와트를 포함해서, 은근히 가 볼만한 여행지가 많은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무엇보다 물가가 저렴해서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 여행객들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고.

그런 나라에 이처럼 부정적인 인상이 심어졌으니, 앞으로 상당 기간 이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덧붙여 인근의 베트남과 태국 같은 나라 또한 특히 한국인 여행자가 많이 방문하는 나라인데 덩달아 불똥이 튀게 생겼으니 역시 안타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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