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적 특수성 때문에 중년에서 장년에 이르는 세대 다수가 카카오톡 친구로 등록되어 있고, 업무 관련 내용도 주로 단톡방에서 공유되곤 한다. 그런 만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카카오톡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지난 9월24일 단행된 카카오톡의 대대적인 업데이트 이후 참 재미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재미있는 모습이란, 바로 그 중장년 카친들의 자녀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확인하게 된다는 것. 중장년 세대 중엔 자녀들의 사진을 카톡 프사로 해놓는 경우가 많은데, 그 자녀들의 아기 때부터 청소년기, 청년기, 심지어 결혼식에 이르기까지(ㅋㅋㅋ) 그 버라이어티한 개인사(?)를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냥 좀 애매하게 아는 정도의 사이인 직장 동료나 거래처 직원 같은 경우 어떤 프사가 떠도 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아주 특수한(?) 사이, 말하자면 전여친/전남친이나 전남편/전부인 같은 경우라면, 솔직히 껄끄럽지 않겠는가 이 말이다.
많은 이들이 이번 카카오톡의 업데이트를 두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주로 앞서 언급한 ‘친구’ 탭의 개편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론 오픈채팅(단톡방) 탭에 숏폼을 집어넣은 일이 진짜 최악 중 최악이라고 본다. 전술했듯 하루에도 열 번은 넘게 단톡방에 들어가서 새로 올라온 업무 관련 내용을 확인해야 되는데 탭을 누르자마자 원치 않는 영상(숏폼/오픈채팅 탭은 아예 별도 탭으로 나누지도 않았고 탭만 누르면 무조건 숏폼이 노출된다)을 보게 되었다. 그나마 설정에서 숏폼 자동 재생을 막을 수 있게 해놓은 건, ‘일말의 양심(?)’ 때문일까?
많은 이들의 불만과 비난이 이어지자 카카오톡에선 문제가 된 부분 중 우선 ‘친구’ 탭에 대해 일부 개선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태 메시지나 알림 노출 같은 기능에서 일부 손을 볼 것이고 이 과정에서 사용자 피드백을 받을 예정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다만 이전과 같은 형태로 완전 복귀한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없다. 또한 개인적으로 큰 문제라고 지적한 숏폼/오픈채팅 부분(의 개선이나 롤백)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다.

영국에는 “새로운 좋은 것보다 오래된 나쁜 것이 더 좋다(?)”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이는 영국인들이 좋은 말로 하면 전통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이고, 나쁜 말로 하면 폐쇄적이고 고루하며 따분한 사람들이란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새로워진 게 더 나빠졌다면’, 이걸 쓸 이유가 있을까?
뭔가 새로운 시도에 대해 사용자들이 극렬하게 반발하는 기류가 가장 많이 형성되는 분야가 IT 분야이긴 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다수의 IT 서비스가 무리한(것처럼 보이는) 업데이트를 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고, 또 그런 만큼 광고 매체로서의 기능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 결국 이번 카카오톡의 업데이트도 크게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행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중 하나는 단순 메신저로서의 정체성보단 SNS로서의 정체성을 강화시켜 사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함이었을 테고, 다른 하나는 광고 판매를 통한 수익 극대화였을 것이다.
일단 카카오톡에선 업데이트 이후 트래픽이 줄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사용자들의 원성이 그토록 자자한데 트래픽이 줄지 않았다는 건 어떻게 보면 좋은 징조가 아닐 수도 있다. 쓰기 싫은데 업무 때문에, 혹은 개인의 네트워크 유지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한 것. 또한 항간에선 원상복구 자체가 불가능한 이유가 ‘이미 새로 선보인 지면에 진행될 광고를 다 팔아먹었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카카오톡이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과연 할 수는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