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치하의 미국에서 정말 ‘시빌 워’가 벌어질까?

레이 찰스가 말년에 고향을 그리며 작곡하고 불렀던 그 감미로운 멜로디의 곡, <Georgia on my Mind>의 고장 조지아에서 정말 이례적인 일이 지난 9월4일(현지 시각) 벌어졌다. 조지아주 컬럼버스시에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하여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에 대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대대적으로 들이닥쳐 현장에 있던 직원 약 470여 명을 체포한 것. 단속 직원들은 중무장한 경찰 병력을 대동했으며, 현장에서 체포된 약 300여 명의 한국인 직원들은 저마다 수갑이나 케이블 타이 등으로 구속된 채 연행되었다.

일단 미 당국은 명목상으론 현재 구금 중인 한국인들이 미국 입국 당시 발급받은 비자에 적합하지 않은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금 중 어렵사리 한국의 가족과 통화한 한 직원에 따르면 “체포 당시 현장에서 누가 어떤 비자를 갖고 있는지, 누가 적법한 체류 자격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 자체가 없었다”고까지 하고 있다.

까놓고 말해서 트럼프가 강짜를 한 번 세게 놓은 것으로 보는 게 맞을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각 7일, 해당 사안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 대해 “(한국과)우리 관계는 나빠지지 않는다. 한국과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건 뭐… 일진이 삥 뜯은 다음 어깨동무 하면서 “우리 사이 좋지? ㅎㅎㅎ”라고 하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 상황.

그러면서 트럼프는 또 한 번 기가 막히는 액션을 취했다. 본인의 SNS인 트루스소셜(이름 하고는 참…)에, 명작 전쟁영화 <지옥의 묵시록> 한 장면을 패러디한 이미지를 올리고선 (워싱턴에서 이미 했던 것처럼)시카고에 ‘치안 관리를 위해’ 군대를 투입할 것을 시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킬고어 대령?

영화 역사상 손꼽히는 명장면이 <지옥의 묵시록>에 나온다. 바그너의 <발퀴레의 귀환>을 배경으로 전투 헬기 부대가 베트콩 마을을 급습하는 장면. 그리고 이어 헬기 부대의 지휘관 킬고어 대령(로버트 듀발)이 다음과 같은 대사를 한다. “난 아침의 네이팜탄 냄새를 사랑하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영화이고,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어서 아직까지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 킬고어 대령이 싸이코이긴 했어도 죽어가는 베트콩에게 마실 물도 주고 어쨌든 주인공 윌라드 대위(마틴 쉰) 일행을 목적지까지 성실하게(?) 에스코트하기도 하지 않았는가. 그랬던 그에게, ‘항상 중요한 순간에 꽁무니를 빼는(TACO: Trump Always Chicken Out)’ 트럼프가 비벼볼 수나 있겠는가 이 말이다!

그건 그렇고 왜 하필 시카고일까? 미국 정치에서 시카고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조명하면 답은 대충 나온다. 시카고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정치적 자산을 쌓은 곳이기도 하고, 현재 일리노이의 JB 프리츠커 주지사는 민주당의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어쨌든 반 공화당/반 트럼프의 기세가 가장 센 미국 내의 대도시이기에 트럼프가 일견 무모해 보이는 이와 같은 시도를 하려 한다는 것이다.

과연, 트럼프의 2차 임기 중 미국에서 내전이라도 벌어질까? 그거야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작년 연말 개봉해서 많은 관람객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던 문제의 그 영화 <시빌 워>의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기억난다. 어땠냐고? 큰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그래도 말해야 되겠다. 미국 내에서 내전을 발발시킨 바로 그 대통령은, 반군에 의해 살해된다. 그것도 백악관 안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한 대통령의 시체를 둘러싸고 그를 사살한 군인들이 웃으면서 승리의 포즈를 취하는 것이 이 영화의 엔딩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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