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맨>은, 굳이 따지자면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그리는 SF라고 할 수 있겠다. 모종의 이유로 이 땅에는 더 이상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지 않으며, 세계 인구 중 가장 어린 아이는 영화가 개봉한 2006년에 태어나서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2027년에 18세가 되는 아이다. 그리고 공인된 ‘세상 마지막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은 전세계 모든 시민들의 관심사가 된다.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대한민국에도 저출생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나라가 늙는다’는 건, 일단 생산이 가능해서 다양한 재화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구의 수가 줄어든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특히 우리나라에선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협으로 인식된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우화, 바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의 문제가 중요한 지점에서, 다시 여성 징병제(를 둘러싼 논란)에 도화선이 연결되었고 이제 활활 타오를 일이 남았다.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김미애 의원이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소식.
해당 안은 단지 ‘성별 무관하게 지원자에 한해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실제 여성을 당장 징병하자는 수준으로 과격하진 않다. 현재 장교나 부사관에 한정되어 있는 여군 병력 선발의 폭을 사병까지 넓히자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일단,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재 대한민국 국군은 병력 자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검토 수준에서라도 여성 징병을 화두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점에선 동의한다. 그러나 하필이면 바로 지금,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 그 야당 소속의 의원이 20대 초중반의 여성과 남성 모두가 비토할 것이 뻔한 법안을 굳이 내놓았다는 점이 매우 의심스럽다. 시쳇말로 ‘떡밥’을 던져놓고 사람들 싸움 붙이기 딱 좋은 주제 아닌가? 게다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주변의 지지자들)이 이 떡밥을 콱 물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사태가 벌어질 게 뻔하지 않은가 이 말이다. 물론, ‘콜래트럴 데미지’는 더불어민주당(과 주변의 지지자들)이 고스란히 받을 테고.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제라면 자기네들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 발의할 것이지. 지금 날 더운데 구치소에서 속옷 바람으로 진상을 피우고 있는 자가 대통령이던 시절엔 뭘 하고 지금, 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해외에서 여성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겠다. 지금 적정 연령대의 여성을 예외 없이 징병하고 있는 국가는 대표적으로 이스라엘이 있고, 북한도 있다. 북유럽 국가 중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해당하긴 하지만 그 역사가 매우 짧고(스웨덴은 2015년부터 여성을 징병하기 시작했고 노르웨이는 2017년부터 국민 징병제를 시작했다) 명목상으로만 성별 무관 징병일 뿐 예외 사항이 많아서 이스라엘이나 북한에 비할 바는 아니다.
다음으론 이스라엘이나 북한의 여성 징병이 실제 군 전력 운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여부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이에 대해선 적지 않은 연구 결과가 있는데 대체로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시각이 조금 많은 편이다(엄밀히 따지면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 대비 아웃풋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정도로 보면 된다).
게다가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나 하마스-이스라엘 전투에서 드러난 것처럼 과거의 교전 수칙이나 전투 교범이 크게 변화한 시대이기도 하고… 참, 여러 번 고쳐 생각해도 여성 징병 문제는 분명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