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3일 대한민국 전역에서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첫 TV토론이 5월18일 펼쳐졌다. 총 6명이 후보로 참여(기호 6번 자유통일당 구주와 후보는 사퇴)한 이번 대선에서, 공직선거법에 의거하여 기호 1번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 기호 2번 김문수 후보(국민의힘), 기호 4번 이준석 후보(개혁신당), 기호 5번 권영국 후보(민주노동당/원외 정당이지만 직전 지선에서의 득표에 따라 TV토론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당연히 공직선거법에 의한 것이다) 등 4명이 자신들의 얼굴과 노선을 유권자들에게 더욱 자세하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런 기회가 있었다곤 하지만, 한바탕 퍼포먼스가 끝나고 각 후보 진영에선 서로 자신들이 TV토론에서 가장 돋보였다고 자화자찬을 했다(당연하게도). 다만 온라인상에서 나름 확인할 수 있는 대차대조표를 보면 그래도 나름 선전을 펼쳤다고 평가할 수 있는 후보가 있고, 반대로 오히려 점수를 깎아먹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후보가 있긴 하다.
부동의 지지율 1위를 수성 중인 이재명 후보의 경우 안정감을 과시했지만 그다지 재미있진 않았다는 평이 많다. 김문수 후보는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을 비교적 잘 넘겼지만 현상유지도 어렵지 않았나 하는 평이 있고, 이준석 후보는 특유의 비호감 말투와 토론에 임하는 자세가 불량하다는 평가가 많아 점수를 가장 많이 깎아먹은 후보로 거론됐다. 권영국 후보는 자신이 속한 정당과 비전을 가장 선명하게 제시했다는 평가가 많고.
그런데 이제 일각에선, 커다란 선거를 앞두고 펼쳐지는 후보자간 토론회라는 이벤트 자체에 대한 회의도 제기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토론회란 형식도 지난 1960년에 처음 시작되었으니(존 F. 케네디 당시 상원의원과 리처드 닉슨 당시 부통령간 토론이 TV로 방영된 것이 최초) 이미 65년이나 되었다. 그런 만큼 형식의 측면에서, 혹은 다른 어떤 측면에서라도 뭔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해진 것이 사실. 그런 데다 ‘토론’이라고 해놓고는 주로 상대를 공격하거나 자기 할 말만 늘어놓는 경우도 많아서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주기도 하고.

그리고 실제로 TV토론이 유권자들의 표심(의 향방)에 과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하여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0대 대선의 경우 전체 유권자의 약 10~15% 가량이 ‘TV토론이 후보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그리고 이들 중 일부, 그러니까 10% 미만은 ‘토론을 보고 특정 후보에 대한 기존의 지지를 철회했거나, 새 후보를 지지하게 되었다’고도 하고 있다).
한편 역시 지난 20대 대선에 대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선 정치 성향이 주로 중도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은 부동층에선 약 TV토론 시청자의 약 20%가 후보를 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런데 의문은 여전하다. 지난 대선에서 결국 당선된 윤석열 당시 후보와 낙선한 이재명 당시 후보간 표차는 0.7%. 대한민국 대선 역사상 가장 박빙의 승부였는데, 조사 결과만 놓고 따지면 윤석열 후보의 당선에 큰 영향을 준 TV토론에서 ‘그가 정말 객관적으로 훌륭한 토론을 벌였느냐’고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기 때문.
아니, 오히려 그 반대로 TV토론에서 점수를 깎아먹은 구석이 더 많지 않은가? 심지어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손바닥의 王자’는 말할 것도 없고 RE100이란 단어는 알아먹지도 못했으며 쉴새 없이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특유의 행동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데에 실패한 이가 바로 윤석열 아니던가!
그렇다면 TV토론은,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보다 ‘원래부터 지지하는 후보를 더 강력하게 지지하기 위한 심리적 발판’이 된다는 조사 결과 쪽이 더 높은 신뢰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지난 밤의 TV토론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 다소 우호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재명 후보가 선전했다는 이야기보다 이준석 후보를 성토하는 내용의 글이 훨씬 더 많이 올라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TV토론이 영 불필요한 겉치레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개인의 정치적 지향을 설파하고 개인들이 난상토론을 벌이는 일도 자주 일어나지만 여전히 다수의 유권자(대부분 고령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매체는 바로 TV. 유세 현장을 일일이 찾아 다닐 게 아니라면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어떤 말투로, 어떤 눈빛으로, 어떤 제스처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는지 가장 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TV토론일 테니.
21대 대선을 위한 TV토론은 앞으로 세 번이 더 펼쳐진다. 어젯밤 출전한 4명의 선수들이 다시 출전하는 2차 사회 분야 토론과 3차 정치 분야 토론이 있고, 무소속인 황교안 후보와 송진호 후보 두 명만 출전하는 토론회가 5워19일 열릴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