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진작부터 알아봤다.
대한민국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굳이 1948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를 ‘독립기념관’의 관장으로 앉히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올해가 광복 몇 주년인지 물어보자 아예 답변을 안 하겠다는 이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앉히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이쯤 되니 집에 TV가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시청료까지 받아먹는 공영방송사가, 하필이면 광복절에 기미가요가 흘러나오고 기모노를 입은 배우가 출연하는 오페라를 방영하는 게 뭐 그렇게 놀랄 만한 일도 아니지 않은가(?).
광복절에 기미가요, 뒤집힌 태극기라니 KBS에 국민 분노(경향신문)
도대체 어쩌다 대한민국 사회가 이 지경으로 망가진 건지, 모르겠다는 말은 하지 않으련다.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부터가 광복절 축사에서 일본의 사과는 언급조차 없고 ‘북진통일’을 연상시키는 발언이나 하고 있으니 앞뒤 뻔한 것 아닌가 이 말이다. 해마다 광복절이면 열리는 행사조차 올해엔 정부측 인사들이 참여하는 행사와 광복회 및 야당 인사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갈라져 열리기까지 했으니, 그 옛날 한 몸 불살라 조국의 광복을 보고자 했던 청춘들의 영혼 앞에 이 어찌 부끄럽고 창피하지 않으냐 이 말이다.
광복 79해를 맞은 서기 2024년을 기준으로, 2007년에 태어난 여고생이 마을 이웃들을 모아 만세운동을 벌였으니 그가 바로 유관순 열사다. 내 조카와 동갑인 1994년생 청년은 우리나라를 침탈한 일본의 총독을 저격하여 사살했으니 그가 바로 안중근 의사다. 얼굴엔 아직 앳된 티가 역력한 2000년생 청년은 일본 기념식에서 폭탄을 던졌으니 그가 바로 윤봉길 의사다.
부디 내년 광복절엔 얼굴 화끈거리는 일이 없길 바라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