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더 이상 예전 같은 설렘을 주지 않는다. 이는 예전부터 이 세계관에 속하는 작품들(영화, 드라마 모두 포함해서)을 꼬박꼬박 챙겨본 진성 팬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엔드게임>의 마지막, 토니 스타크가 스스로 산화했을 때 진심으로 안타까워했고 눈물까지 찔끔 흘렸던 모든 관객들이 MCU의 계보를 달달 외우고 다닌 건 아니지 않은가? 말하자면 ‘영화라는 상품으로서의 가치’ 측면에서 MCU에 속하는 작품들이 꽤 뛰어났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후 몇 년간, 몇 차례에 걸쳐 ‘거한 헛발질’이 이어졌고 그에 따른 반대급부로 작품들의 흥행 성적은 저조했다. 이는 수치로도 명확하게 반영되었는데, 지난 5월에 있었던 2024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디즈니는 1년 반 사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디즈니는 사실상 극약처방으로 보이는 조치를 취했다. 현지 시간으로 28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고 있는 2024 코믹콘 행사에 ‘전직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의 MCU 복귀 소식도 전해졌다!

의외인 것은, 그의 복귀는 아이언맨으로서가 아니라 빌런 ‘닥터 둠’ 역이란 것. 닥터 둠은 우리나라에선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지만(인지도 따위 어떠랴. <아이언맨> 개봉 전까지 아이언맨은 우리나라에서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지 않은가) 마블 코믹스에서 참 인기가 높은 시리즈인 <판타스틱 4>의 근본 중 근본 빌런. 시리즈 최강의 히어로가 빌런으로?
이에 대해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전세계의 슈퍼히어로 코믹스/영화 팬들 사이에선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고 온갖 드립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와중, 개인적으로 한 가지 추측하자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닥터 둠 출연 기획에 대해 지금으로선 극히 초기 단계이거나 아예 기획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리고 그 기획은 앞으로도 여러 차례 변경될 것이기에, 로다주의 출연 사실 하나만 밝혀진 지금으로선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해보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제작사 디즈니로선 로다주의 복귀는 거의 마지막 카드나 다름없다. 덧붙이면 이번에 디즈니는 로다주의 복귀와 함께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을 크게 성공시켰던 루소 형제도 새 시리즈의 연출자로 다시 부르기도 했고. 이 두 편 이후 MCU에 대해 크게 줄어든 팬들의 관심, 잡다한 영화/드라마들을 챙겨봐야 하는 수고를 꺼리는 분위기, PC주의에 물든 제작사의 헛발질,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 등 여러 변수가 있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디즈니는 이 모든 불리한 여건을 일거에 타개할 절묘한 한 수가 필요했다는 것.
자, 위기의 상황에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된 백전노장이 승리의 피칭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불을 싸지르고(…) 말 것인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빌런 닥터 둠으로 출연하는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그 후속작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는 각각 2026년 5월과 이듬해인 2027년 5월에 개봉한다. 그러고 보니 2년 후면 로다주도 예순이 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