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들이 극장에서 재개봉을 하는 일은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 아예 중장년층 관객을 겨냥해서 고전 영화들만 상영하는 재개봉 전용관도 있을 정도니. 글을 작성 중인 날짜 기준으로도, 첫 개봉으로부터 약 10년~20년 정도, 혹은 그보다도 더 지난 작품들이 속속 재개봉을 했거나 앞으로 재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꽤 많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 이른바 ‘인생 영화’로 꼽히는 이른바 <비포> 시리즈, 그러니까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 그리고 <비포 미드나잇>이 순차적으로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시리즈의 첫 작품인 <비포 선라이즈>가 오는 7월17일 재개봉을 한다고 하니 그 옛날의 가슴 설레는 기억을 되살리고 싶은 분들은 꼭 다시 관람하시길. 개인적으론 하도 옛날에 봐서 지금은 기억이 좀 가물가물한데… 얼마 전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 <히트맨>을 리뷰하면서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한국영화 역사상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남은 <쉬리>도 첫 개봉 25주년을 맞아 재개봉을 한다. 한국영화에서도 ‘블록버스터’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기준이 되어 “한국영화 역사는 <쉬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쉬리>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었는지 다시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다만 현재까진 정확한 재개봉 일자가 정해지진 않았고, 강제규 감독에 의하면 “(재개봉에 관한)판권 문제가 작년 연말 정리됐고 올 하반기에 극장 상영이나 OTT 공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다소 마이너한 작품을 자주 찾는 영화 팬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다. 바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 재개봉 소식. 특히 이번 <큐어> 재개봉에 있어선 배급사가 봉준호 감독을 ‘마케팅’에 짭짤하게(?) 써먹고 있는 중. <큐어> 재개봉에 관련하여 봉준호 감독이 큰 영향을 받았던 점에 대해 유튜브 영상도 이미 올라왔을 정도. 마침 주연을 맡은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가 역시 주연으로 출연한 작년 영화 <퍼펙트 데이즈>도 현재 개봉 중이니 27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비교해볼 기회도 되겠다. <큐어>는 오는 7월17일 재개봉.
우리나라의 예는 아니고 미국의 경우인데, 역시 매우 유명한 작품이 오는 9월 재개봉 예정에 있다. 바로 <로닌 쥬베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카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의 대표작이면서 국내에선 (일본 개봉 제목을 한자 그대로 읽은)<수병위인풍첩>이란 제목으로, 지금 나이 지긋한(?) 일본 애니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바로 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도 일본 애니 하면 지브리 작품들처럼 말랑말랑한(?) 작품들만 많이 봤다가… 사지가 절단 나는가 하면 난폭한 섹스도 거침없이 나와서, (비디오로)처음 봤을 때 정말 강한 인상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한 가지 이야기만 덧붙이기로 한다.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영화들을, 큰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영화 팬으로서 반가운 일이란 생각은 든다. 다만 예전 영화들의 재개봉만큼 새로 개봉하는 다양한 규모의 영화들도 많아지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드는 것. 듣자 하니 요즘 우리나라 영화판에 신규 투자가 거의 없어서 대다수 제작사들이 개점휴업 상태고, 현재 극장에 걸리는 작품들도 거의 2~3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래 묵은 이른바 ‘창고 영화’들이 대부분이며, 내년 하반기 정도 되면 극장에 새로 걸릴 작품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이 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