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폐지될 것인가

대한민국 소매시장의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부문이 오프라인 부문을 넘어선 건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 와중 오프라인 소매시장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마트, 홈플러스 등의 이른바 대형마트는 ‘의무휴업 규제’ 속에 월 2회의 휴업일을 반드시 공휴일로 지정해야만 했다. 바꿔 말하면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은 월 2회에 한해 반드시 휴업을 해야만 했던 것. 이 규제는 지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그런데 앞으로 대형마트가 ‘공휴일에 한해’ 의무적으로 휴업을 해야만 했던 규제가 폐지될 수 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섯 번째로 열린, 지난 1월22일의 민생토론회(라이브로 중계 예정이었던 행사 30분 전에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불참하기로 한 바로 그 토론회)에서 정부는 해당 내용의 폐지를 담은 ‘국민 생활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한 것. 이에 더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즉 ‘단통법’도 전면 폐지한다는 내용도 이번 방안에 포함되어 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규제가 생긴 표면적인 이유는 일단 지역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을 살린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규제의 시행 기간 내내 소비자와 상인 모두에게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던 것도 사실. 말하자면 사람들이 쇼핑을 많이 하는 공휴일에 대형마트가 ‘인근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과의 상생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문을 닫는다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 건데, 실상은 대형마트의 휴무일에 소비자들은 아예 쇼핑을 안 하고 말았지, 전통시장으로 가진 않았다는 것이 데이터로도 입증되었다. 통계청과 소상공인진흥공단이 함께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작되고 이듬해인 2013년 이래 대형마트는 매출액이 오히려 줄었고 전국의 전통시장은 아예 문을 닫은 곳이 늘어났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폐지될 것인가

그렇다면 해당 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모든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것인가?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소비자들의 쇼핑 경향이 진작 온라인으로 이행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된다. 여기에 때마침 각 소매 분야의 기업들이 앞다퉈 시작한 이른바 ‘새벽배송’ 덕분에 소비자들은 더 신선하고, 더 값싼 상품을 더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형마트가 공휴일에 의무적으로 쉴 필요가 없어지게 되면, 무엇보다 평일엔 이런저런 일로 바쁜 소비자들이 조금은 편리함을 느끼게 되긴 할 것이다. 그리고 대형마트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또한 이전보다는 비교적 자유롭게 휴무일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그 부분에서도 환영할 만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이번 규제 폐지 방안 뉴스를 접하고서 여전히 가시지 않는 의문이 있다. 특정한 산업 분야에서 규제를 풀거나, 새로 만드는 일은 당연히 입법 사항. 그런데 입법 기관인 국회를 제쳐두고 행정 기관인 정부가 ‘선수’를 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어떤 방안을 국민 앞에 내놓는 것 자체를 일종의 시그널로 해석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국회에 대한 저강도의 느슨한 압박일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지금의 정부가 그 정도로 세심하게 앞뒤를 계산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 아닌가? 대통령부터가 국민과의 토론회를, 생방송을 30분 앞두고 출연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는데 말이다.

게다가 이제 총선이 석 달도 안 남은 시점이다. 총선 전까지 완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이슈를 세간에 던져두고, ‘(현재 국회에서 다수당인)야당 때문에 이루지 못했다’고 얘기하면 이래저래 꽃놀이패인 것.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시행 10년이 넘어서 이젠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평가될 만큼 의미가 퇴색된 규제인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폐지가 되긴 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 언제’가 언제일지 궁금해진다. 단통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