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자세

2021년 10월의 세 번째 주말은 한국 국적의 축구선수들 가운데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특별히 응원하는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매우 인상 깊은 한 주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이 골맛을 봤다. 리그 4호골로 팀 내에서 최다 득점자가 되었고, 역시 대표팀에서 주포이며 프랑스 리그앙 보르도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의 동갑 친구 황의조도 골을 넣었다.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팀 내 득점 순위 1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유럽 무대에 진출하여 차곡차곡 경험을 쌓고 있는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 소속의 정우영도 리그 3호 골을 터뜨렸다. 역시 독일 분데스리가의 마인츠 소속 이재성은 도움 하나를 올렸고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의 루빈 카잔에서 뛰고 있는 황인범 또한 도움 기록 하나를 추가했다.

한편, 터키 쉬페르리가 페네르바체 소속으로 차세대 대표팀의 리더로 성정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민재는 유럽 진출 이후 처음으로 퇴장을 당하기도. ㅠㅠ 아무튼 이렇게 ‘유럽파’ 한국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생중계로, 혹은 하이라이트로 보고 있자니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시민으로선 참 낯선 광경을 보게 되는 것이 희한하다. 관람석을 빼곡하게 꽉 채운 관중들의 모습과, 그렇게 많은 이들 중 어느 누구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이 바로 그것.

본 원고를 작성 중인 10월 말 현재, 대한민국은 수도권의 경우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나머지 지역의 경우 3단계)가 실시 중이고,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같은 실외 스포츠의 경우 거리 두기 4단계 지역에선 최대 30%까지 관중 입장이 허용된다. 그나마도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고 역시 좌석과 좌석 사이 일정한 간격을 두어야 하며 비말이 튈 수 있는 육성 응원 대신 박수 응원만이 허용되는 상황.

이런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유럽 축구 구장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부럽다는 생각보다는 ‘저래도 정말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영국의 경우 구장에 입장을 하려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독일이나 프랑스는 그런 규정도 따로 없는 듯하고 무엇보다 마스크 착용도 자율에 맡긴다고 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마스크를 제대로 쓴 사람을 볼 수가 없으니 괜한(?) 불안감은 더하다.

사실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나라다(2020년 12월부터 시작). 그리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21년 10월 현재, 12세 이상 국민 가운데 78.9%가 접종을 완료한 상황. 영국은 이미 지난 7월부터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 상황에 들어갔지만, 하루 확진자 수는 약 5만 명에 달하고 있다. 보건장관이 ‘아직 코로나 19 대유행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전하는 말까지 듣고 나면, 저긴 지금 도대체 왜 저러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

코로나 19가 창궐한 이후, 관계 당국의 브리핑 및 담당자의 인터뷰를 통해 전해진 이야기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무서우면서도 서글펐던 워딩은 바로 이거였다. “코로나 19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라는 것. 아래의 사진은 지난 해 4월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코로나 19 대응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우리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을 겪으며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이른바 ‘위드 코로나’의 시대에도 정신 바짝 차리면서 나의 건강과 타인의 건강을 모두 진지하게 고려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자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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