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만화가, 조 사코 著 <팔레스타인>

미국의 저널리스트 조 사코(Joe Sacco)가 팔레스타인을 직접 취재한 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르포르타주, <팔레스타인>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한 병원을 찾아갔더니 거기 병상엔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한 소녀가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 소녀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이스라엘군에게) 돌을 던지려고 했는데, 군인의 총이 더 빨랐어요.”

팔레스타인,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팔레스타인 영토의 서부 해안에 위치한 가자 지구가 ‘중동의 화약고’로 불릴 만큼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2023년 10월의 상황은 매우 심각해서 실제로 50년 전인 1973년의 제4차 중동전쟁보다 인명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분쟁에선 민간인 사상자의 피해가 크다는 것이 더 안타까운 일.

어떤 집단과 집단 사이에 전면적으로 일어나는 전쟁에서 특정한 어느 한 쪽을 지지하거나 탓하는 일이 크게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는데(물론 한국전쟁이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같은 경우는 다르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마찬가지. 물론 이번의 경우 선제공격을 한 쪽은 하마스다. 유대교 안식일이었던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하면서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따지고 보면 ‘남의 땅’인 팔레스타인에 무단으로 들어온 이스라엘과 그 뒷배가 되어 준 미국, 영국 등의 서구 열강 잘못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

팔레스타인에서의 평화는 정녕 요원한가

그렇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작금 팔레스타인에선 정치나 전쟁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점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어린이, 노인, 여성 등 상대적 약자가 생명을 위협받는 일이 세상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이나,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있다는 점이 더 무섭다. 사실 지난 1948년 이스라엘의 정식 건국 이래 팔레스타인 지역에 평화의 훈풍이 분(잠시나마) 적이 없었던 건 아닌데, 그런 움직임은 내부로부터의 반발로 유야무야되곤 했다. 1978년에는 지미 카터 대통령의 중재로 므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평화협정에 서명을 했으나 정작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는 이 협정을 거부했다. 1994년에는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PLO 의장이 오슬로 평화협정에 합의했으나 라빈 총리는 극우파 청년에게 암살을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외에도 수많은 일들이 팔레스타인에선 있었다.

어쨌든 현재 상황은, 이스라엘도 그렇고 하마스도 그렇고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황이 아닐까 한다. 그 누구도 엉덩이를 뒤로 뺄 생각을 안 하고 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에서 모든 유대인을 몰아내는 것이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이고, 이스라엘은 미국과 영국 등 든든한 뒷배는 물론이고 명분을 얻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전쟁에서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어쨌든 이 땅에서 전쟁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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