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대한민국의 어떤 젊은이들이 비슷한 시간에 목숨을 잃었다. 필시 살아생전엔 서로 일면식도 없었을 두 청년들은 얼핏 보기에 서로 전혀 다른, 하지만 멀리 보면 크게 다를 것도 없이 비슷한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우리네 속담이 무색하게도 미디어에서 이 두 죽음을 조명할 때는 그 이름조차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7월18일 집중호우에 따른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급류에 휘말려 실종된 해병대원이 이튿날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안 그래도 집중호우 직후여서 거센 물살이 굽이치는 강에 투입될 때 그 흔하디 흔한 구명조끼 하나 입지 못했던 그는, 불귀의 객이 되어서야 근사한(?) 군용 헬리콥터에 실려 이송되었다. 동료들의 경례를 받으면서.
그리고 7월18일에는 다른 죽음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이초등학교 교실에서 1학년 담임인 한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른바 사회 고위층과 연관된)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갑질 등이라고 전해졌다. 다만 7월20일 학교측에서 어디까지나 ‘공식적’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그런 모든 일들은 사실 무근이라고 한다. 당연하지만 학교측의 이 언급은 누구도 믿지 않고 있다.

이 두 죽음이 비슷하게 보인다고 한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귀신 잡는 해병대라고 한들 기록적인 호우로 불어난 강물은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 당연하다. 군인이라면 마땅히 대한민국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부려먹으려고’ 우리 귀한 아들들을 데려갔으면 대우는 제대로 해줘야 할 것 아닌가?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특히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와 학부모와 학교 교장 / 교감 등의 사이에 낀 평교사의 교권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장 며칠 전만 해도 한 교사가 교실에서 초등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지지 않았는가?
마음이 너무 무겁다. 당장 상황을 정확히 살펴보고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보기도 지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외치는 일조차 힘겹다. 그저, 이 땅에서 태어나 남들처럼 살아가면서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행복해 하고, 더 많은 기쁨을 누려야 마땅했을 이 젊은이들이 너무 일찍 가족의 곁을 떠났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슬프다.
눈이 부시게 푸르렀던 청춘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