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아르헨티나를 보고서, 라틴아메리카의 영원한 라이벌 브라질은 몹시 배가 아팠을 것이다. 그런 데다 브라질에선 국부나 다름 없는 칭송을 받는 인물, 축구 황제 펠레가 얼마 전 영면했으니 브라질 국민들은 2022년의 연말을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하게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브라질이, 브라질 국민들이 새해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2023년 보리스 매거진 뉴스 카테고리의 첫 글로 전한다.
한 가지 희한한(?) 사실은, 바로 그렇게 2023년의 브라질을 기대하게 만드는 인물이 다른 사람도 아닌 펠레를 미워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는 것. “(펠레는 산투스 소속으로)내가 응원한 팀인 코린치안스를 상대로 하도 골을 많이 넣어서 그를 미워했다”는 말을 한(물론 그러면서 당연히 펠레의 명복을 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 인물은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시우바. 바로 ‘룰라 대통령’이다.
2023년 1월1일은 2개월 전인 작년 10월 브라질에서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50.8%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다시)취임한 룰라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날. 1월1일 새벽부터 브라질 의회 의사당 앞은 전국에서 모여든 룰라 대통령의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여당인 노동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들, ‘사랑은 증오를 이긴다’는 팻말을 손에 든 사람들,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을 손에 든 사람들 사이로 의사당 계단을 올라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한 룰라 대통령의 옆에는 서로 손을 맞잡은 환경미화원, 흑인 소년, 장애인 인플루언서, 원주민 부족의 원로 등 시민 대표들이 있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 앞에 놓인 길이 평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일단 연임을 노렸던 전직 대통령 보우소나루와의 표차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이번 대선은 결선투표까지 간 결과다) 브라질의 정치적 지형은 진보와 보수가 극명하게 갈려있다. 또한 의회 권력은 야당인 자유당(전 대통령 보우소나루가 소속된 정당이긴 하지만 극우에 가까운 그의 정치적 지향과는 사뭇 다르게 정당의 비전은 중도우파 정도로 보는 게 타당하다)이 여전히 쥐고 있어 이른바 ‘여소야대’ 국면을 어떻게 헤쳐나가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도 관건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는데, 여기에 극심한 빈부격차, 아마존 삼림의 보존, 코로나 19 방역 등의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도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의 두 차례 대통령 재직 시절에도 그랬고, 수뢰 혐의로 수감생활을 하면서까지(그의 부패 의혹은 작년 3월 모두 무혐의 처리가 됐다) 다시 돌아와 결국 승리한 그의 승부사 기질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어쨌든 브라질, 축구 잘 하는 것 말고도 부러워할 일이 또 생겼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