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이 좋은 영향력을 끼친 사례: ‘착한’ 딥페이크

딥페이크(Deepfake). 특정한 영상에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의 얼굴 이미지를 합성하는 행위, 혹은 그런 행위로 인해 만들어진 영상물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게 단순히 어떤 사람의 얼굴 이미지를 ‘누끼 따서(즉, 오려서)’ 갖다 붙이는 게 아니고, 그 어떤 사람의 사진이나 영상 등 리소스를 대량으로 축적하여 원본 영상에 프레임 단위로 합성을 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딥러닝과 인공지능까지 활용되는 등, 나름(?) 첨단 기술이 동원된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꽤 흥미로운 기술로 보이는데 사실 딥페이크는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이 훨씬 더 많이 조명되곤 한다. 대표적으로 유명인의 얼굴을 합성한 포르노가 있는데, 실제로 할리우드 스타들이나 한국의 아이돌 멤버들 몇 명이 이 몹쓸 행위의 희생자가 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와 같은 유명인들은 얼굴 영상이나 사진 등의 리소스를 다량으로 구하기가 쉽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상황에서, 딥페이크 기술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참 보기 드문(?) 광경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한국 상황을 매우 객관적으로 보도하며(‘매우 객관적’이란 말이 앞뒤가 좀 안 맞는 것 같지만, 뒤집어 말하자면 한국의 언론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약 ‘민족정론’ 소리를 듣고 있는 영국 공영방송 BBC의 한 다큐멘터리 이야기.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반정부 / 반중국 시위를 조명하고 있는 이 다큐에선 인터뷰에 응한 시위자의 얼굴을 인공지능을 통해 대역 배우의 얼굴로 교체했다고 한다.

BBC 다큐 시청 사이트(영국 IP 필요)
New Scientist 사이트(전체 기사 보기는 유료)

BBC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당연히 인터뷰이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터뷰를 통해 시청자에게 인터뷰이의 감정을 되도록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란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역시 민족정론. 여전히 받아쓰기에 급급한 대한민국 대부분의 언론과 그 종사자들은 이런 기사 보고 좀 심각하게 느끼는 바가 있기를 바라지만, 그게 가능했다면 대한민국 언론이 지금 같은 꼬라지는 아니었겠지.

아무튼 참 희한하게도 ‘착한’(?) 딥페이크를 보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은 참 여러 가지 방면에서 흥미로운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기 힘든 광경을 기술 발전 덕분에 보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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