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로 IT 업계에서 처음 언급된 용어로, 어느 날 갑자기 세상 거의 모든 미디어에서 귀가 따갑도록 떠들더니, 또 어느 날 갑자기 주변에서 더 이상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듯한, 말하자면 ‘짜게 식은’ 그런 말은 돌이켜보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유비쿼터스니 어고노믹스니 하는 말들이 그런데, 이 리스트에 단어 하나가 새로 추가되게 생겼다.
그 단어는, 바로 메타버스(Metaverse).
우선 현재의 상황부터 확인을 해보려고 한다면 여기에 딱 들어맞는 케이스가 있으니, 야심 차게 아예 사명을 ‘메타(Meat)’로 변경한 페이스북이 바로 그렇다. 첨부한 이미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시피 메타버스에 대한 페이스북의 대대적인 투자는 완벽한 실패로 판명이 났다. 그 와중에 실리콘밸리 기업 치고 퇴직자에 대한 대접이 상당히 융숭한(?) 점이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왜 이렇게 하루 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일까? 그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의 탐구가 필요할 것 같진 않다. 메타버스가 내세우는 개념은 이전의 가상현실이나 <세컨드 라이프> 등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서 사실 크게 발전한 것도 아니기 때문. 솔직히 말하면 수십 년 전부터 다양한 온라인게임을 즐겼던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사방 팔방에서 너도나도 메타버스를 외쳐대는 이 광경이 참 어색하게 느꼈을 것이다. ‘이게 내 아바타 옷 갈아 입혀주는 것과 뭐가 다르지?’ 라고 생각하면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존에도 없지 않았던 개념이, 적당한 이름과 함께 (마치 새로운 것처럼)회자되는 일을 하루 이틀 본 게 아닌데, 막상 그런 트렌드가 우리 생활에 실제로 정말 크나큰 변화를 가져온 경우가 과연 있었나 하면 그것도 거의 본 적이 없다. 굳이 찾아보자면 ‘빅데이터’ 정도? 아무튼 그와 같은 이른바 트렌드의 변화에 사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은 마케팅 업계인데, 메타버스는 이전까지의 상황과 비교하면 너무 빠른 속도로 뜨자마자 가라앉아버린 케이스라서 마케팅 분야에서도 남겨먹은(…) 게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그다지 새롭지도 않은 개념인데 그럴싸한 이름으로 적당히 포장되어 잘 팔리다가 거품이 꺼져버린’ 경우에서도 이번의 메타버스는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란 점도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니까 시장은 어떻게든 변하는데, 인류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미증유의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그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었던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어쨌든 앞으로도 트렌드는 높고 낮은 파고를 넘나들며 우리의 눈과 귀를 간지럽게 할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어떤 (낡은)개념이, 어떤 신박한(?) 이름으로 불리며 우리에게 소개될까?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