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한 주는 대한민국 전역이 슬픔과 안타까움에 빠진 주였는데, 여기에 특별히 축구팬들에게 더욱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1월2일, 22-23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토트넘 vs 마르세유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큰 부상을 당하며 교체 아웃 됐다. 이 경기에서 손흥민은 마르세유의 수비 선수와 헤딩 경합을 벌이던 중 얼굴 부위를 부딪혔는데, 해당 부분이 안와 골절 판정을 받아 곧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라고.
축구라는 종목 자체가 원래 얌전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때로는 거칠고 투박한 모습이 재미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선수가 부상을 입는 건 당연히 안 될 일. 어쨌든 대표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면서, 경기 외적으로도 동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도 항상 든든한 ‘캡틴’인 선수가 월드컵 직전 갑작스러운 부상을 당한 상황을 보니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 직전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큰 부상을 당해 월드컵에서 뛰지도 못한 황선홍 선수(현재는 U-23 대표팀 감독)가 생각난다
손흥민 선수는 영국에서 부상 부위의 수술을 받을 예정이고, 회복과 경기 출전에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까지 누구도 모르며, 대한민국 대표팀의 월드컵 출전 선수 명단 발표까지도 아직 시간이 있으니 모르는 일이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볼 땐 카타르 월드컵 출전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손흥민 선수가 워낙 대표팀에 대한 마음가짐이 각별하다는 건 축구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고, 그래서 팬들 대부분은 무리해서 월드컵에 출전하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푹 쉬면서 컨디션 조절하고 월드컵 이후 펼쳐질 리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다. 손흥민 선수는 92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서른. 아마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뛸 수 있는 월드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당연히 하게 될 텐데, 꼭 그렇지도 않다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다. 바로 앞서 언급한 황선홍 선수의 경우도 98년 월드컵 때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절치부심했지만 그 바로 다음 열린 2002 한일월드컵에선 35살의 나이로 맹활약을 하지 않았던가?!

한편, 부상으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하거나, 아예 명단 제외가 확정된 선수들로만 꾸려진 베스트 11도 이렇게 준비되었다(?). 아무래도 미들진에서 캉테와 포그바가 빠진 프랑스의 전력 누수가 심각할 듯. 그리고 이 명단에는 빠졌지만 이웃 나라 일본도 쿠보, 토미야스, 나카야마 유타 등이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이번 월드컵에서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은 왜 이렇게 많은 건가? 그 원인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전에도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대회에 스타플레이어가 부상으로 출전을 못한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아마도 근년 들어 최초로, 유럽 리그가 시즌을 한참 이어가는 도중인 11월에 진행되기 때문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원래 월드컵은 유럽 리그가 휴식에 들어가는 여름에 개최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카타르 월드컵의 경우 (북반구의)여름에는 워낙 더워서 부득이하게 시즌 중인 11월로 미뤄진 것. 그렇게 되면서 각국 리그는 물론,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 리그, 컵 대회 등의 일정이 무리할 정도로 빡빡하게 이어지면서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2~3일 쉬고 90분 경기를 뛰는 일정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건, 이건 정말이지 ‘미친 일정’이란 말 밖엔 나오지 않는 상황. 문제는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에 임하다 보니 무리한 플레이가 나오고, 그러면서 경기의 질은 저하되며 부상까지도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손흥민 선수는 이번 월드컵에 무리해서라도 참가를 하려고 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선수 생활은 앞으로도 더 오래 해야 하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