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대한민국 = ‘레 미제라블’ 속 프랑스(?)

<레 미제라블(2012)>, 톰 후퍼 감독, 휴 잭맨, 러셀 크로우 등 출연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역작, <레 미제라블>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여러 차례 영화화가 되었다. 그 중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가장 익숙한 작품이라면 역시 지난 2012년 톰 후퍼 감독이 연출하고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앤 해서웨이 등이 출연했던 바로 그 버전. 엄밀히 따지면 <레 미제라블>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영화화한 버전인데, 내용은 대부분 동일하니 크게 상관은 없다.

당연히 뮤지컬 장르에 속하며, 우리나라에선 뮤지컬 장르의 영화 중 관객 동원 2위(590만 명, 참고로 1위는 애니메이션인 <겨울왕국>의 1,370만 명)의 기록을 갖고 있다. 아무튼 이 작품은 초반부터 ‘쩌는’ 스케일로 분위기를 압도하는데, 수형자 신세인 장 발장이 프랑스 해군 군함에서 생 노가다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쩌면, 그 모습과 꽤 비슷한(?) 장면이 2022년의 대한민국에서 연출될지도 모르겠다. 내용인즉, 최근 조선업계가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이에 대한 타계책으로 정부가 교도소 수형자를 현장에 투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인력난 조선업 현장에 ‘재소자’ 투입 검토(디지털타임스/링크)

참,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조선업계가 인력난을 겪는 게 하루 이틀의 일도 아니고, 그 원인까지도 널리 알려진(유출된 인력이 다시 업계로 돌아오질 않고 있다) 마당에 고작 내놓는다는 해결책이 재소자 투입. 물론, 이번 프로젝트를 주관하게 될 법무부에선 “모범수형자 가운데 용접자격증을 보유한 자”에 한해 외부 기업 통근을 검토하는 중이며 “실무진 차원에서의 검토이고,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하고는 있지만, 이거, 소위 말하는 ‘애드벌룬 띄우기’라는 거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어떤 특정 산업 분야에서, 새로 일을 할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다는 건 기본적으로 일이 힘들거나 어렵고, 그걸 상쇄할 만큼의 수입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란 건 상식 중의 상식.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조선업계가 대거 정리한 인력을 참 많이도 흡수한 현장이 바로 현재 평택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캠퍼스’라는 것도 꽤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일당이 최소 열 배에서 20배, 30배까지 차이가 나는 현장에서 일했거나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숙련된 인력이 조선업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더 매력적인 유인 요소를 갖출 생각을 해야 하는 것도 당연할 텐데, 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인지.

2022년의 대한민국이,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전의 문학작품에서 상상으로 구현됐던 세상과 비슷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 참, 희한하다고 할까 아니면 어이가 없다고 할까, 아무튼 생각이 복잡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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