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들이 다시 한 번 ‘어셈블’ 하려면

미키마우스와 도널드덕 같은 유명 만화 캐릭터들은 물론이고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같이 영화로도 큰 성공을 거둔 실사 캐릭터들을 포함한 ‘콘텐츠 저작권’에 대해서, 지구상에서 가장 완고한 입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디즈니가 바로 그 자사 캐릭터들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송을 냈다는 소식이다.

디즈니가 이번 소송을 통해서 그 소유권을 자사가 갖고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자 한 캐릭터들은 MCU 영화를 통해서 큰 인기를 얻은 바로 그 캐릭터들이다. 즉, 아이언맨, 토르, 닥터 스트레인지, 캡틴 마블, 호크아이, 블랙 위도우, 앤트맨 등등. 아 그리고 MCU 이전부터 유명했던 스파이더맨도 이번 소송에 포함되어 있다.

이런 캐릭터들이 디즈니 소속이란 걸 모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 이번 디즈니의 소송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긴 있었다. 일단 위의 캐릭터들 다수를 처음 (코믹스에서)창조한 스탠 리, 스티브 딧코 등의 창작자들은 지금 대부분 사망을 한 상태. 그리고 스탠 리의 동생인 래리 리버를 포함한 창작자들의 유가족들이 ‘마블의 캐릭터들은 그 저작권 효력이 2023년부터 차례로 상실되며, 현재 캐릭터를 소유한 디즈니는 그 소유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창작자들의 유가족들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 주장이 디즈니에 전달이 되자 디즈니가 소송을 제기하며 나름의 답변을 한 것.

디즈니가 소송을 통해 밝힌 입장은 ‘해당 캐릭터들은 업무상 저작물이기 때문에 그 소유권이 회사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이견을 제기하기 힘든 내용. 다만 이번에 결과적으로 디즈니와 맞서게 된 창작자의 유가족들은 또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당시 캐릭터의 창작자들은 프리랜서이자 독립 계약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저작권을 되찾아야 하는 것이고, 업무상 저작물은 시대착오적인 법 해석’이라고 하는 중이다. 이렇게 보면 또 이 말이 맞는 것 같기도… ㅋㅋㅋ

“나를 미소짓게 하는군”

이번 공방에서 디즈니가 패배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이긴 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영화에서 세계를 구했던 어벤져들이 다시는 영영 뭉치지 못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창작자의 유가족들이 이번 소송 자체를 캐릭터 소유에 대한 ‘일부 권한(공동 소유 등)’을 인정해야 한다는 식으로 시작을 한 걸 보면, 캐릭터를 포함한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환기시키는 차원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하긴, 디즈니가 어떤 회산데.

그보다는 오히려 어벤져들이 다시 ‘어셈블’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가장 큰 이유는 저작권이니 뭐니 하는 복잡한 문제보단 그냥 이 캐릭터들의 인기가 떨어졌거나, 아니면 배우의 몸값이 지나치게 올라간 게 이유가 되진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 2023년이란 연도를 보니 또 하나 떠오른 이야기가 있어 덧붙인다. 역시 디즈니가 보유한,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인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이 오는 2023년에 소멸된다는 이야기가 한 때 도시전설처럼 회자된 적이 있다. 간단하게 줄여보면 내용은 이렇다: 일단 미키마우스는 지난 1930년에 처음 디자인 특허가 출원되었는데, 1909년에 제정되어 당시 유효했던 저작권법에 따르면 기본 유효기간 28년에 추가로 28년 연장이 가능했다. 이에 따르면 1986년에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이 만료되었어야 했지만, 1976년 이른바 ‘미키마우스 보호법’이 발효되면서 저작물의 유효기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또 늘어나 결국 그 생명력은 ‘공식적으로’ 2023년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아니 그 이전에도 손 놓고 있을 디즈니가 아니다. 업계에선 디즈니사가 입법 로비를 통해 다시 한번 유효기간을 연장하거나 아예 종신저작권을 신청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 가지 더. 지금껏 살펴본 것처럼 저작권을 지키는 일에 있어 그 누구보다 완고한 디즈니사가 자사 캐릭터들을 전혀 다른 세계관의, 전혀 다른 콘텐츠에 출연시킨 사례가 과연 있을까? 참 희한하게도 대한민국에서 그런 케이스를 볼 수가 있다. 그리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코로나 창궐 극초반이었던 지난 2018년 12월, 대한민국 질병관리청은 홍보 영상에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어벤져스’의 멤버들을 출연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금 보면 조금 오글거리긴 하지만 ^^;; 그래도 역시 부지런히 일하는 대한민국 질병관리청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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