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의 요금 인상이 뜻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속하는 많은 영화와 드라마들, 그리고 미국만 못하다곤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도 골수 팬이 제법 있는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를 비롯해서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들로 라인업을 꾸리고 있는 OTT 채널 디즈니 플러스가 적지 않은 폭의 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디즈니는 오는 12월8일부터 현재 디즈니 플러스의 월간 7.99달러 요금제를 3달러 인상하여 10.99달러로 책정한다고 밝혔다. 조금 희한한(?) 건 현재의 7.99달러 요금제를 계속 유지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는 광고를 시청하게 된다고(광고 보기 싫으면 요금을 올리면 된다!).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동시에 이 요금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고, 또 적지 않은 가입자들이 탈퇴(ㅋㅋㅋ)할 걸로 보인다.

앞서 디즈니 플러스가 나름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언급을 했는데, 막상 가입자들은 넷플릭스나 왓챠, 웨이브 같은 국내 OTT에 비해 ‘별로 볼 게 없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특히 MCU 작품들의 경우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로 보면 영화 쪽에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나 <샹치>, 드라마 쪽에선 <완다비전> 정도를 제외하곤 팬들이 열광할 만한 작품이 눈에 띄지도 않으며,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를 비롯해서 역시 디즈니의 작품들도 작품 외적인 요소들로 욕을 적잖이 먹고 있는 상황.

그런데도 디즈니는 왜 요금 인상이라는 카드를 뽑아 들었을까? 무엇보다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제일 먼저 제기된다. 우리나라에 한정된 이야기이긴 하나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는 이미 전체 직원의 약 30% 정도를 구조조정(이라고 쓰고 사실상 해고라고 읽는다)한다는 소식이 업계에 전해졌다. 현재 OTT 시장은 다수 회사들이 초기 플랫폼 안정화를 위한 투자를 사실상 끝내고 수확 타이밍을 잴 시점이 되긴 했으니, 모르긴 몰라도 미국 본사의 상황도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의 상황과 많이 다르진 않을 것이다.

이번 디즈니 플러스 요금 인상을 ‘혼자서’ 결정한 밥 차펙 디즈니 CEO

그런 데다 이번 디즈니 플러스 채널의 요금 인상을 전하는 외신에서도 다소 묘한(?) 기류가 읽힌다. 무슨 이야긴고 하니, CNBC와 포춘 등 다수의 매체들이 이번의 요금 인상을 두고 지난 2020년부터 디즈니의 CEO 자리에 올라선 밥 차펙(Bob Chapek) 대표가 전 대표인 밥 아이거(Bob Iger)와의 ‘거리 두기(distance from)’의 일환으로, ‘혼자서’ 내린 결정이라고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임 CEO인 밥 아이거는 “(OTT 채널의)낮은 요금 자체가 경쟁력”이라고 하면서 타 OTT 채널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제를 유지(6.99달러)하다가 1달러 인상한 바 있다. 그랬던 ‘가성비 정책’을 전면 부정하고 나선 것이 이번 현 CEO인 밥 차펙의 3달러 인상안인 것.

밥 아이거 전 CEO가 이번 요금 인상안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는 보도도 있기는 한데, 그는 이제 현직에서 완전히 물러난 사람이니 큰 의미는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디즈니 정도 되는 회사에서 일종의 ‘파워 게임’이란 게 없을 수가 없는 노릇이니 그 부분에 주목해서 앞으로의 상황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조금 희한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디즈니 플러스 채널의 가장 큰 무기는 MCU 작품들과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그리고 디즈니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작품들 등등. 한 20여 년 전만 해도 ‘디즈니’라고 하면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대중문화 콘텐츠들을 많이 선보이는 회사였는데, 지금 디즈니 플러스는 은근히 ‘소수 팬들만 즐겨 보는’ 라인업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물론 앞서 우리나라에 MCU 팬들이 많다고는 했지만 <엔드게임> 이후 국내에서의 흥행력은 눈에 띄게 꺾이고 있는 실정. 올 여름 시즌 개봉한 <토르: 러브 앤 썬더>는 270만 명 조금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불과 1~2주만에 적지 않은 상영관에서 내려갔고, 그나마 조금 나았다는(580만 명 동원)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도 팬들이 가장 아쉬웠던 부분으로 ‘같은 세계관의 <완다비전>을 봐야 100%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꼽지 않았던가.

걱정(?)을 하는 건 당연히 아닌데, ‘디즈니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ㅋㅋㅋ

디즈니가 ‘어쩌다’ 이런 상황에까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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