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이미지

디에고 벨라스케스, <시녀들(Las Meninas)>(1656)

스페인 궁정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1599 ~ 1660)가 1656년에 그린 <시녀들(Las Meninas)>은 미술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그림으로 통한다. 작품이 발표되었던 당시에도 학자들 사이에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고 요즘에도 서양미술사를 조금이라도 다룬 책에선 거의 어김없이 언급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진으로나마)작품을 일단 보기만 하면, 미술 문외한이라고 해도 ‘도대체 왜 한 폭의 그림을 둘러싸고 많은 이들이 논쟁을 벌였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단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꽤 많다. 17세기 전후 유럽 미술사를 살펴보면, <시녀들>처럼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이 적지 않지만 아직 르네상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때라 전체적인 구도는 대체로 정적이고 조화를 꾀하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시녀들>을 보면 확실히 ‘중구난방’스러운 느낌이다. 정가운데에 있는 지체 높아 보이는(?) 귀여운 아가씨(펠리페 4세 왕의 딸인 마르가리타 공주)를 중심으로 양 옆에 수중을 드는 시녀들이 있고, 우측에도 못생긴(키가 작고 늙은 시녀는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표지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시녀가 있는가 하면, 중심 뒤쪽의 먼발치에서 이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는 인물은 누군지 궁금하게 만들고, 심지어 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 자신까지(!) 그림에 등장시켰다. 영화로 따지면 액자식 구성이라고나 할까?

위에 언급한 그림의 묘사에는 작은 거울에 비친 펠리페 4세 왕과 왕비에 대해선 얘기도 하지 않았다. 이 정도 되면, 후세에 그림 공부를 하는 수많은 학자들과 미술 전공자들을 ‘작정하고 골탕 먹이려고’(ㅋㅋㅋ) 장난을 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


각설하고, 벨라스케스에겐 대단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딱 보자마자 <시녀들>의 일부러 연출한(?) 것 같이 복잡하고 난해한 구도를 흉내 낸 사진을 봤다. 그렇기에 ‘혐짤’임에도 불구, 이 주의 뉴스로 다룰 수밖에 없었음에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수많은 화가들과 디자이너들과 창작자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제공했던 벨라스케스여, 영면하소서.

ㅋㅋㅋ

사실 난 처음에 이 (원본)사진보다 패러디가 된 사진을 먼저 봤다. 그러고선 ‘뭐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게 합성을 하고 그러나’하고 넘겨버렸는데… 아뿔싸, 그게 합성이 아니었던 것! 그러니까 사진 속 인물들의 얼굴을 제각각 다른 뉴스 사진 같은 데서 ‘오려 붙인’ 합성이 아니라 원본 그대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곤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매우 심각한 회의를 하는 중의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나름 심혈을 기울여(?) 이 사진을 촬영하고 이걸 공개하기로 결정한 사람은 이전에 회의란 걸 해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요새 그 흔한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하나 없이 종이쪼가리만 쳐다보면서 회의를 하는 단체가 있기는 한지, 그리고 종이를 본다면 마땅히 뭔가 적을 필기도구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모나미 볼펜 하나 들고 있는 사람도 없고.

그리고 핸드폰 통화. 상식적으로, 회의 중에 급한 전화가 오거나 급하게 전화를 할 일이 있으면 회의실 구석으로 가서 “죄송합니다만 회의 중이라 용건만 간단하게” 하는 식으로 통화를 해야 하지 않나? 얼마나 중요한 통화를 하길래 회의실 그것도 상석 바로 뒷자리, 사진 구도상 가장 중심이 되는 위치에서 저처럼 당당하게(!) 통화를 하느냐 이 말이다.

사실 이 웃기지도 않는 사진에서 진정한 킬포인트는 바로 저 작디 작은 탁자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소파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이렇게 작은 탁자는 애초에 회의용이 아니라 잠깐 만나는 손님과 간단하게 티타임 정도 갖기 위해 비치되어 있는 것 아닌가?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그 난리법석을 피우면서 엉뚱한 데다 집무실을 만들더니 기껏 들어가서는 좁아 터진 탁자 사이에서 무슨 회의를 한다고.

보면 볼수록 후지다. 너무 후지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모습(의 사진)을 홍보용으로 뿌려대면서 일말의 민망함이나 창피함도 느끼지 못했는지. 이젠 그냥 웃기기만 한다. ㅋㅋㅋ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