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명 판매, 여러분의 생각은?

명명권(命名權, Naming Rights)란 말이 있다. 특정한 사물이나 시설에 대해 특정한 이름을 부여하고 이를 사용하며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시피 이는 광고 수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는 각종 프로스포츠 종목의 경기가 펼쳐지는 경기장의 명칭. KBO에선 기아 타이거즈의 홈 구장 이름인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SSG 랜더스의 홈 구장인 인천 SSG 랜더스필드, 삼성 라이온즈의 홈 구장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등이 있다. 참고로 K리그에선 대구 FC의 홈 구장 DGB 대구은행파크도 명명권을 통해 명칭이 부여된 터라, 대한민국 지자체 중에선 대구광역시가 최초로 양대 프로스포츠,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모두 지역 연고 팀의 홈 구장 명명권 판매가 완료된 상태.

프로스포츠 산업의 역사와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선 미국의 경우 경기장 명명권을 판매하지 않은 구단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이며 그 액수 또한 무척 크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름을 가진 구장은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소파이(SoFi) 스타디움으로, 금융기업 소파이가 6억 달러(20년간)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우리에겐 약간 생소하지만 미국인들은 환장을 하는(…) NFL의 로스앤젤레스 차저스, 로스앤젤레스 램스 두 구단이 공동으로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름의 구장, 로스앤젤레스의 소파이(SoFi) 스타디움

유럽의 상황도 비슷해서, 손흥민 선수가 활약 중인 프리미어리그에선 토트넘의 지역 라이벌 아스널의 홈 구장은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시티의 홈 구장은 에티하드 스타디움으로 불린다. 유럽 축구 리그의 경우 구단의 메인 스폰서가 구장의 명명권을 갖는 경우가 흔하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경기장의 이름을 ‘획득’하는 것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그 자체로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TV를 통해 생중계가 되는 경우 여러 차례 반복 노출되는 그 이름(브랜드) 자체를 소비자들이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는데 이를 노출효과, 혹은 ‘에펠탑 효과’라고 한다.

서울교통공사가 이달 초부터 서울지하철 1호선부터 8호선에 위치한 전체 역 가운데 총 50개 역에 대해 기업이나 기관의 이름을 병기할 수 있게 하는 ‘역명병기 판매’에 나섰는데 그 가운데 일부 역의 역명 판매가 완료됐다고 한다. 이 가운데 7호선 논현역(의 병기 역명)은 인근에 위치한 강남브랜드안과에 판매됐는데 그 금액이 무려 9억 원! 당연히,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서울지하철의 역명병기 판매 사업 중 최고 금액이다.

이번 입찰을 통해서 병기 역명이 판매된 역은 논현역 외에 을지로입구역(하나은행 / 8억), 선릉역(애큐온저축은행 / 7억5천), 명동역(우리금융그룹 / 6억5천) 등. 입찰 판매가 원칙이기 때문에 역 하나당 최소 2곳 이상의 입찰이 있어야 하는데, 여의도역과 강남역, 홍대입구역 등 경쟁이 치열할 것만 같은(?) 역은 오히려 한 곳만 응찰을 했기 때문에 유찰이 됐다고.

어찌 보면 참 희한한 사례인데, 이에 대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지하철이란 공공성을 생명으로 생명으로 하는데, 특정 기업이나 기관이 지하철 역명을 차지함으로써 공공성이 훼손된다고 하는 의견이 그것.

애초에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역의 역명 병기 판매에 나선 것부터가 만성적인 경영난을 어떻게든 해소해보고자 하는 것인데, 모름지기 공공기관이라고 하면 수익사업보단 시민 편의를 더 중시하고 정부로부터 운영비용 보전을 논해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지하철 역명 병기, 여러분의 생각은?

듣고 보면 이 말도 옳고, 저 말도 옳은 듯하다. ^^;;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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