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사전투표일 5월27일과 28일, 본투표일 6월1일, 이렇게 3일간 치러진 선거를 통해 전국에서 광역단체장 17명, 광역의원 872명, 기초단체장 226명, 기초의원 2,988명, 그리고 교육감 17명과 교육의원 5명이 선출되었다. 최종 투표율은 50.9%로 집계. 통상적으로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지방선거는 투표율도 낮고 유권자들의 관심도 덜한 편이라곤 하지만, 50.9%라는 투표율은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그렇게 낮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특정 정당, 까놓고 말해서 지금의 여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극단적으로 높으면서, 동시에)투표율이 높다. 이번에도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이전의 선거와 비교해서 특별하게 높거나, 낮지 않았다.
그렇다면 투표장에 갈 만한 사람들이 많이 안 갔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이전의 다른 선거에선 투표를 했는데 이번 선거에선 기권을 한 경우가 많았다는 이야기. 여기에서 다시 한번, 전국단위 선거에 관해 흔히 보는 풍경을 상기해보자. 일반적으로 대통령선거 직후에 벌어지는 지방선거(이런 경우 특별히 ‘허니문 선거’라고도 한다)는 바로 직전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에 대해 지지가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제 막 당선되었을 때가 가장 높기 마련이고, 그런 만큼 대통령이 국정을 잘 이끌어가기를 바라는 유권자들이 여당 소속 후보들을 선택하는 것.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현상’이란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이를 테면 현재의 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다수가 투표를 포기했기 때문에 이번에 투표율이 그렇게 낮게 집계됐고, 그 원인은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12석,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5석을 가져가는 결과로 명백하게 나타났다.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광역의회의원 의석의 경우도 별로 다르지 않다.
다 제쳐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야말로 지리멸렬. 일사불란하고 강건한 대오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 무능한 비대위는 엉뚱한 방향으로 총구를 겨누는가 하면, 가뜩이나 유리하지 못한 언론 지형에서 ‘표 떨어질 소리’만 마이크 앞에서 해댔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에 있어 정무적 감각이란 낙제점은 고사하고 빵점 수준이었고, 정제되지 못한 메시지를 자꾸 외부에 노출시키니 평소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은 물론이고 지지자들마저도 투표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현재 야당의 일부 인사와 지지자들이 빠져있는, 정말 이상한(?) 도그마에 관한 것. ‘중도층의 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인데, 단적으로 말하건대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서 ‘중도’란, 그냥 없는 존재, 허깨비에 불과하다. 우리, 솔직해지자. 이번 대통령선거, 그리고 지방선거에서 현재 여당이 받은 표 전부가, 여당 지지자들이 던진 표일까? 반대로, 직전 21대 총선에서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다시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압도적인 지지를 현재 야당에게 보내준 유권자들이 모두 야당 지지자들이었을까? 만약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그 순수함(?)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길 바란다.

말이 좋아 ‘스윙보터’지, 일단 대세에 올라섰다는 느낌으로 그때그때 다른 진영과 다른 후보에 표를 던지는 일을 나무랄 수는 없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인간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동조현상, 혹은 동조압력이란 말로 전해지는 심리학적 현상은 이미 수십, 수백 년 전부터 관측되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번 제8회 지방선거는, 현재의 여당이 여당인 이유와, 현재의 야당이 야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여실히 드러낸 선거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빨리 현재의 내홍을 수습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다음 총선을 앞두고는 분당 수순에까지 이르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각 계파의 강성 지지자들에겐 그런 상황이 더 반가운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과연, 어떻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