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아이폰 액정을 직접 수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이제 스마트폰은 냉장고, TV 같은 가전제품보다도 비싸졌다. 애플의 아이폰은 말할 것도 없는데, 최신 물건인 아이폰 13 프로 모델의 경우 150만원이 훌쩍 넘어갈 정도. 그런 만큼 혹시 고장이라도 발생하거나 액정에 금이 가거나 깨지기라도 하는 경우 그야말로 나라 잃은 심정이 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데다 애플이란 회사가 자사 제품을 수리할 일이 발생한 경우 그에 대해 괴랄하기 짝이 없는 대처(‘리퍼비쉬’라는 요상한 단어와 그 정책은 분명 애플로부터 비롯된 것이렷다)를 하는 점에 대해 많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심했던 상황.

아직은 미국의 경우에 한하지만, 애플이 자사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한다. 애플은 미국 현지 시각으로 4월27일, 아이폰 등 자사 제품을 자가 수리할 수 있는 교체 부품(액정, 배터리 등)과 수리용 도구를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스토어를 열었는데, 그 사이트의 이름은 ‘Self Service Repair Store’.

https://www.selfservicerepair.com/home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

향후 이 서비스에는 아이폰 12, 13 등 최신 스마트폰 외에 맥 등 자사의 타 제품을 수리할 수 있는 부품과 도구도 갖출 예정이고 미국 외에 유럽에서도 연말이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잘 사용하던 전자제품에 고장이 발생하면 마땅히 구매처로 들고 가서 수리를 맡긴 후 수리가 끝나면 일정한 비용을 납부하고 찾아오는 문화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로선 이런 식의 서비스에 이해가 잘 안 가는 것은 사실. 애플의 제품은 정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토어나 업자가 아니라면 그 어떤 경우에라도 일단 ‘딱’ 뜯는 순간 제품의 정식 보증이 물 건너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이름도 거창한 저 ‘셀프 서비스 리페어 스토어’에서 수리용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구매해서 자가 수리를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 상황에 대해 애플은 여전히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이 소식을 전한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애플스토어에 수리(혹은 리퍼)를 맡기는 경우와 소비자가 자가로 수리를 하는 경우의 가격 차이가 불과 3달러(아이폰 12 미니 액정 교체의 경우)밖에 안 난다는 것. 까딱 잘못했다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애플이 자사 제품의 수리에 대해서, 좋은 말로 하면 대단히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고 나쁜 말로 하면 소비자로선 끔찍할 정도로 불편한 시스템을 여전히 고수하는 점에 대해 미국 정부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현행 시스템을 개선하시오’란 지시를 내리면서 그야말로 눈 감고 아웅~ 하는 식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세계에서 시가 총액 1위인데다 많은 소비자들을 그저 소비자로서가 아닌, 팬으로 거느리고 있는 회사가 애플인 만큼 좀 더 현명한 대응이 아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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