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PD가 사는 동네에, 작년 연말경 주유소가 새로 오픈을 했다. 셀프서비스로 운영이 되며 타 주유소 대비 리터당 무려(!) 30~40원 정도나 저렴하다 보니 오픈 이후 인산인해(아니, ‘차산차해’라고 해야 하나? ^^;;;)를 이루고 있는 중.
기름값이 정말 엄청난 수준으로 뛰고 있는 요즘엔 주말이면 해당 주유소로 들어가는 한 개 차선이 약 200 ~ 300미터 정도가 꽉 막힐 지경이다. 작년 연말 오픈 당시에 비하면 다른 주유소와 가격 격차도 많이 줄어들었는데, 불과 10원 안팎 차이인데도 여전히 이 저렴한 주유소를 찾는 사람들(과 차들)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하는 자동차에 비해 유지비 부담이 훨씬 적은 전기차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는 모습이다. 이전까진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가 있어 실제 전기차 구매에는 부담이 다소 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요즘엔 충전 인프라가 착실히 보급되고 있고 지자체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유효하며 결정적으로 앞서 말한 것처럼 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실정이니 그런 것이다.
그래서 만약 지금 차를 새로 구입한다면 전기차를 사볼까? 하는 생각을 가진 분이 있다면 대단히 아쉬운 말이겠지만 여러 가지를 따져보면 ‘지금은 전기차를 구매할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에 대해 나름 조사한 바를 하나씩 알려드리고자 한다.

[보조금 문제]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를 구매하는 경우, 환경 보호에 일정 부분 공헌하는 바가 있다는 근거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 국고보조금 + 지자체별 지원금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차량 출고 이후에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국고보조금은 차종별로 정해진 금액을 받는 것이고 지자체별 지원금의 경우 해당 분야에 책정된 예산 규모가 있는데 만약 이 예산이 소진된다면 받을 수가 없다. 그리고 2022년 상반기의 경우 역시나 기름값의 고공 행진 때문에 전기차 구매 시 받는 지자체별 지원금이 이미 많이 증가했다는, 전기차 구매를 염두에 두고 있는 소비자라면 우울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신차 출고 대기 기간, 최하 1년 이상]
2022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로 꽤 괜찮은 선택지라고 할 수 있는 아이오닉 5(현대차), EV6(기아차)의 경우 신차 출고까지 대기 기간이 짧으면 1년, 길면 16개월까지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주 극단적으론 작년 연말(2021년 12월)에 계약을 했어도 실제 출고되기까진 햇수로 3년(2023년 초)이 걸린다는 이야기. 그래선지 아이오닉 5와 EV6는 신차 가격보다 중고차 가격이 더 높은(?) 기현상이 벌어질 정도다.
물론 일부 모델의 이와 같은 출고 대기는 하루 이틀 사이에 벌어진 일은 아니다. 전기차 생산에 필수적인 반도체 수급이 한동안 불안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당장 기름값이 비싸서 전기차를 사고 싶은데 1년 넘게 기다려야 된다? 김PD처럼 성격 급한 사람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일이다.


[일부 수입차 업체들의 가격 상승]
이렇게 전기차의 ‘몸값’이 올라가다 보니 이전까지 우리나라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졌던 일부 수입차 업체들이 자사 제품의 가격을 찔끔찔끔 올리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테슬라는 조용한 반면, 아우디와 푸조 등이 약 200 ~ 300만원 정도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물론 매장에 따라 상황은 조금씩 다르니 실제 구매 의사가 있다면 구매 전 조건을 정확히 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
원래 전자제품은 ‘늙어 죽기 직전에 사야 가장 싸게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따지고 보면 전기차도 전자제품이니 앞으로 수십 년이나 지난 후에야 싸게 살 수 있을지. 그런 것 다 떠나서, 전기차는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이 있는, ‘성인을 위한 장난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구조의 특성상 저속에선 소음이나 진동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평소 장거리 주행보다는 시내에서 근거리 위주로 주행을 많이 하는 운전자의 경우 특별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