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임진록의 기억

물론, 지금 이야기하려는 임진록은 17세기에 나온 임진왜란 배경의 소설은 아니다. 중고딩 시절 임진록을 국어 시간에 배웠는지 국사 시간에 배웠는지, 아니 정말로 교과 과정에 나오긴 했는지 가물가물하지만 지금 ‘임진록’이란 제목을 듣고서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떠올린 그림은, 다름이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플레이어로서 임요환과 홍진호의 대결, 바로 그것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역사가 오래 된 스포츠에선 어김없이 특정 두 팀(혹은 그 이상) 사이의 라이벌 관계가 있었다. 유럽 축구의 오랜 역사에서 엘 클라시코(FC 바르셀로나 vs 레알 마드리드) 더비나 밀라노 더비(AC 밀란 vs 인테르) 등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듯이, MLB의 오랜 역사에서 뉴욕 양키스 vs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이벌 관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듯이, 나름 30여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한국 e-스포츠의 역사에선 임요환과 홍진호의 라이벌 관계, 즉 ‘임진록’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임요환과는 달리 홍진호는 어딘가 모르게 2인자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탓인지 상대 전적에서도 많이 떨어지는 걸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 두 선수 사이의 상대전적은 임요환 35승 vs 홍진호 32승으로 차이는 근소하다. 다만 ‘3연벙’이 준 충격도 있고, 상대적으로 미디어의 이목이 집중된 이른바 큰 경기에서 홍진호가 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게 굳어진 듯.

그런데 따지고 보면 실제론 이렇게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경기가 많았기 때문에 ‘임진록’이 그렇게 인기가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현역 시절 그렇게 치열하게 맞붙었던 두 사람은 현역 은퇴 이후에도 꽤 자주 대결을 펼쳤다. 때로는 본인들의 주종목인 ‘스타크래프트’ 외에 ‘스타크래프트 2’로 붙은 적도 있고 아예 새로운 게임으로 붙은 적도 있으며 심지어 포커로도 붙었다! 흥미로운 것은 포커 마지막 경기에서 홍진호가 받은 마지막 카드는 바로 스페이드 2.

그리고 2022년이다(왠지 한 번 더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2022년이다’). 2022년 2월22일, 새로운 임진록이 예정되었다! 임요환은 자신의 트위치 방송을 통해 “2022년 2월22일, 영혼의 맞다이를 뜨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상대가 누군지는 언급하지 않은 채 “(상대가 누구인지는)이름을 얘기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라고도 했다. 아무튼 우리는 그 상대가 누군지 안다.

2022년 2월22일 20시 유튜브 채널 ‘홍진호 TV’에서 생중계된다.

2022년 2월22일 20시 유튜브 채널 ‘홍진호 TV’에서 생중계된다.

2022년 2월22일 20시 / 2022년 2월22일 2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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