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붙어있는 서로 다른 민족/국가간 사이가 아주 좋았던 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류의 본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라고 느껴질 정도.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곳곳에서 퍼지고 있는 반중(反中) 정서, 즉 중국에 대한 극도의 혐오 감정은, 과장 조금 보태서 두려운 수준이다. 정말 이러다 뭔 일이 나도 나지, 하는 생각이 든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개막식부터가 문제였다. 중국 내 여러 소수민족들을 대표하는(듯한) 복장의 참가자들이 쇼를 펼치는 와중 난데없이 등장한 한복부터 한국의 많은 시청자들에게 불유쾌한 감정(한국인이 마치 중국의 소수민족처럼 보여진)을 불러일으키더니, 쇼트트랙 종목에선 한국 선수들이 이해하기 힘든 실격 판정을 받을 때 마침(?) 중국 선수들은 해당 종목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싹쓸이하는 장면까지 보여졌다. 그리고 지금 반중 정서는 그야말로 극을 향해 달리는 중.
중국, 그리고 중국인에 대한 혐오 감정은 비단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몇 년째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근원이 바로 중국이라는 정황이 있고(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최초 시작에 대한, 믿을만한 분석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바로 그런 이유로 반중 정서가 더욱 짙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아니, 따지고 보면 어마어마한 노동력과 생산력, 그리고 시장에서의 파워 등을 앞세워 일약 G2 국가로 부상할 때부터 중국은 대외적인 이미지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마치 ‘벼락출세한 졸부’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렇다곤 해도 최근 얼마간 이어지고 있는 반중 정서에 대해선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 될 거라는 생각이다. 확실히, 실제로 식민지배를 당하면서 겪은 피해에 대한 반발심리로 갖게 된 지난 수십 년간의 반일 감정과 반중 정서는 궤를 달리 한다. 반일 감정에는 명백한 피지배의 역사를 통해 체화된 두려움, 그리고 극복에 대한 투철한 의지 같은 부분이 반영되었다면 최근의 반중 감정은 멸시와 경멸과 비아냥을 동반한다는 점이 다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에 중국 팀이 패배한 최근의 경기 결과에 대해 한국 네티즌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던가?
‘특정 국가와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을 멈춰주세요’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중국이 한 일이 뻔히 있는 걸 알고 있으니, 난 그렇게는 못하겠다. 그저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 내의 반중 정서 못지 않게 중국 내에서도 한국을 백안시하는 혐한 정서가 팽배해있는 것 또한 사실이고, 이와 같은 양국 시민들의 정서가 빠른 시일 내에 일거에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는 정도. 어떻게든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텐데… 여기에 대해서 그럴싸한 답변을 내리기에는 내 능력이 부족하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