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설날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8차전에서 시리아를 2:0으로 셧아웃 시켰다. 이로써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의 남은 2경기(3월에 열릴 이란, UAE와의 경기가 남았다) 결과와 무관하게 월드컵 진출을 확정 지었다.

지난 1954년 스위스에서 열린 월드컵에 첫 참가를 한 이후 통산 11회째 월드컵 출전. 특히 이번의 참가 확정으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이어 10회 연속으로 진출을 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와 같은 기록은 아시아에선 당연히 최초이고, 전 세계에서도 6번째에 속하는 대기록이다.

대한민국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참고로 이전까지 한국에 앞서 월드컵 연속 출전 기록을 세운 나라는 브라질(22회 / 전 대회 개근), 독일(18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3회), 그리고 스페인(12회) 등. 특히 이 가운데 이탈리아는 바로 직전인 2018 러시아 월드컵엔 지역 예선에서 탈락해서 참가조차 못했으니 그 이전까지의 기록이며 이 기록을 더 늘리려면 앞으로 최소한 56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번 대한민국 대표팀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면, 한국에 앞서 월드컵 연속 출전 기록을 세운 저 나라들은 모두 월드컵에서 1회 이상 우승을 한 경험이 있다. 그렇다면, 혹시 이번엔 대한민국이…?! ^^

훌륭한 경기력으로 이처럼 놀라운 기록을 세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축하의 말을 전하며, 변치 않는 성원을 보낼 것을 다짐한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연속)진출을 두고 ‘유럽이나 남미 같이 쟁쟁한 실력을 갖춘 나라들이 많은 대륙에 비해 아시아는 상대적으로 예선이 쉽지 않느냐’고 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 그 말이 과연 사실인지에 대한 것이다. 정말로 대한민국 축구는 ‘농어촌 특별전형(?)’을 통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었나?

이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선 월드컵 지역 예선이 언제부터,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연속 참가 기록의 첫 장을 쓴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시아 지역에 배당된 티켓 수는 2장. 이나마도 동아시아와 서아시아에 각각 1장씩이 배당되어 티켓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는데, 당시 한국은 지역 예선 최종전 일본전에서 홈과 어웨이 모두에서 승리를 거두며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후 1994년 미국 월드컵까지 참가 티켓 2장이 아시아 대륙에 주어졌다. 한국 입장에서 1994년 미국 월드컵 참가는 그야말로 극적이었는데, 같은 시간에 열린 최종전에서 일본이 이라크에 종료 직전 동점골을 내주며 어부지리 격으로 진출. 당시 한국으로선 ‘도하의 기적’이라 부를 만한 일대 사건이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게다가 당시 한국과 같은 조에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북한, 그리고 일본이 포진해 있었고. 도대체 어떻게 이 조에서 살아남았는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당시는 대한민국의 FIFA 랭킹이 사상 최고(22위)까지 올랐던 터고 황선홍, 홍명보, 최용수, 서정원, 이상윤 등 한국 축구 역사에 이름을 길이 남긴 슈퍼스타들이 즐비했던 때여서 비교적 수월했다. 다만 당시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네덜란드에 당한 0:5 패배는 컸다. ㅠㅠ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참가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 그리고 그 바로 다음에 치러진 2006 독일 월드컵부터 아시아 지역에는 4.5장의 티켓이 배당되어(0.5장은 예선 최하위의 팀이 다른 지역, 예컨대 북중미, 오세아니아, 남미 등의 예선 최하위 팀과 갖는 플레이오프를 말한다) 그 수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후 몇 번의 월드컵이 지나고, 때로는 좋았고 때로는 그저 그랬으며 때로는 매우 후졌던(…) 경기력에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꾸역꾸역 살아남아 오늘의 기록을 썼다. 그 기간 동안 역시나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전반에 걸친 각국 대표팀 경기력의 상향평준화.

앞서 언급했듯이 월드컵 통산 4회 우승 경력의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는 직전 월드컵에선 지역 예선에서 탈락해서 출전조차 못했다. 유럽이야 예선 자체가 워낙 빡세니 그럴 수 있다 쳐도, 바로 직전에 열린 2019 아시안컵에서 카타르가 쟁쟁한 아시아의 강호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 참고로 이 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손흥민까지 데려왔지만 8강전에서 탈락하며 벤투 감독에 대한 불신임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는데, 한국팀을 탈락시킨 장본인이 바로 우승국 카타르였다.

아시아를 포함해서, 세계 각국의 축구 국가대표팀 실력은 충분히 상향평준화를 이어오고 있다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 덕분에 축구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연일 세우고 있는 선전의 기록은 또 어떻고! 연령별 대표팀에서의 전과는 살짝 갈리지만, 성인 대표팀 레벨에서 베트남은 중국을 상대로 50여 년 만에 승리를 가져오는 쾌거를 거뒀다. 혹자는 이를 두고 중국 대표팀의 실패라고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베트남 대표팀이 차곡차곡 쌓은 경기력이 이 경기 결과의 바탕이 되었음을 무시해선 안 될 것이다.

예전에야 축구 관련 정보를 구할 곳도 마땅치 않고 각종 인프라 등의 부분에서도 차이가 많이 났지만 이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 또한 글로벌 시대의 트렌드에 맞추어 세계 각국의 문화간 교류도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각국 축구의 정보와 문화에 관해서도 서로서로 활발하게 주고 받는 일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전 세계 각국 축구 대표팀의 경기력 상향평준화는 당연하게 따라오는 결과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는 2026년 미국과 멕시코, 그리고 캐나다에서 분산 개최되는 월드컵에선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선거 당시 공약에 따라 전체 참가국 수가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난다. 특히 축구 인기가 높고 인구도 많으며 무엇보다 중계권료 수익을 두둑하게 챙길 수 있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배당이 대폭 늘어나 기존의 4.5장에서 최대 8장까지 늘어날 방침. 따라서 앞으로는 월드컵 자체 진출에 대한 부담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연속 출전 기록도 계속 이어지겠지. 다시 한번, 한국 축구를 응원하면서 오는 카타르 월드컵(하필 올해 월드컵은 11월에 열린다)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란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