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잡히면 ‘퍼플섬’에 가볼까

팬데믹 시국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는 이들은, 여행을 취미로 하는 이들일 터다. 거창하게 여행이라고까지 할 건 아니라도 하루하루 힘든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주말에 가까운 동네로 드라이브 가서 가족끼리 외식 한 번이라도 할 만한 ‘짬’을 내기조차 힘들어지지 않았는가.

바로 그런 이들 중엔 코로나가 잡히고 이 어지러운 시국이 종식되면 가장 먼저 가볼 곳을 순서대로 리스트에 올리고 있을 것이다. 주말엔 가까운 태안에라도 가서 바지락 칼국수 먹고 와야지. 추석 전에 본가에 다녀오고 연휴 땐 지리산 종주를 해볼까? 내년 여름 휴가엔 벼르고 벼르던 프랑스 와이너리 탐방을 다녀와야겠다. 부르고뉴 쪽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곳일 수도 있지만, 알 만하진 않은(?) 이들을 위한 국내 여행지 소개. 바로 전남 신안군의 자그마한 두 섬, 반월도와 박지도인데 두 섬을 함께 부르는 이름이 지금은 조금 더 알려진 듯하다. 이름하여 ‘퍼플섬’.

퍼플섬에선 모든 것이 보라색

사진에서 보듯 퍼플섬은 섬 전체가 온통 보라색이다. 원래 이 섬엔 보라색을 띠는 청도라지꽃이 많이 피었는데 이에 착안하여 아예 섬 전체를 보라색으로 꾸미기 시작한 것.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부터 보라색이고, 라벤더와 아스타국화, 자목련 같은 보라색 꽃을 더 많이 심었으며, 집 지붕과 울타리도 모두 보라색. 연세 지긋한 동네 주민들도 외출 시에 모자, 보라색, 신발까지도 보라색 포인트를 주는가 하면 섬에 하나씩 있는 식당에선 손님에게 내주는 밥조차 보라색이다!

그리고 보라색은 또 하나의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제공한다. 보라색은 바로 BTS의 상징색. BTS의 팬인 ‘아미’들을 위해(혹은 일반인 대상 ‘입덕 권장용’을 위해) 출시된 스마트폰 등 많은 리미티드 에디션들이 보라색을 메인 테마로 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아무튼 그러니 섬 전체가 보라색이라면 자연스럽게 BTS를 연상시킬 수 있기도 하고, 멤버 중 하나인 뷔가 유행시킨 ‘I PURPLE YOU’를 형상화한 조형물(당연하지만 이 조형물도 보라색으로 되어 있다)까지 섬 곳곳에 포토존으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

퍼플섬의 밤
그리스 에게해 연안 산토리니. 온통 파랗다

특정한 지역이 특정한 컬러를 ‘입고서’ 지역을 널리 알리는 일종의 마케팅은 이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드물지 않게 진행되었다. 대표적으로 그리스 에게해 연안의 산토리니는 사진에서 보듯 파란색 일색. 산토리니 지역의 모든 주민은 의무적으로 자신의 집 지붕과 문을 파란색으로 칠해야 하고, 시간이 오래 지나 색이 바래면 다시 더 선명한 파란색을 칠해야 하는 것이 지역 조례로 지정되어 있다. 그 외에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노란색 마을’ 아자말, 중국 쓰촨성의 ‘붉은색 마을’ 써다(티벳 자치구)도 유명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남 신안군 퍼플섬의 경우 굳이 이름을 영어 + 한국어의 어색한 조합으로 했어야 할까 하는 점.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기로 했다면 아예 이름 전체를 ‘퍼플 아일랜드’라고 하던가, 아니면 한국어 단어 중에서도 다소 특이하게 받침이 없어 외국인들이 발음하기에도 어렵지 않은 단어인 ‘보라’를 넣어서 ‘보라섬’이라고 하던가 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어쨌든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잡히면 꼭 가보고 싶은 곳 한 군데가 늘었다(덧붙이면, 사실 지금도 퍼플섬은 주말에만 전체 주민 수의 8배 가량인 2천여 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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