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불과 60여 일 남은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나설 후보들과 각 정당은 그야말로 하루를 한 달처럼, 한 시간을 하루처럼 쓰면서 선거운동에 매진하고 있다(이렇게 이야기는 하지만, 모든 후보와 모든 정당이 그렇게 전투적으로 운동에 달려들고 있는 것 같진 않다).
그런 중 2022년 벽두에 가장 큰 화제가 된 이슈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내세운 이른바 ‘탈모 공약’. 머리카락 한 올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 현재 복용하는 탈모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관계로 대부분 고가인데다, 일단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장시간 계속 복용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탈모약에 건강보험을 적용시켜 가격을 낮추겠다는 공약은, 굉장히 파격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인지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등 더불어민주당을 비토하는 성향이 다분한 커뮤니티의 이용자들조차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탈모약 복용자들의 PTSD를 자극할 우려가 있는 ‘이재명을 (대통령으로)뽑자’라는 단어 대신 ‘이재명을 (청와대에)심자’거나 ‘모(毛)퓰리즘’이라는 언어 유희(?) 상황이 벌어지고, 더불어민주당 캠프가 발표한 ‘나를 위해, 이재명’에 빗대어 ‘나의 머리를 위해, 이재명’ 등의 문구가 게시판에 오르는가 하면, ‘링컨이 와도, 메르켈이 와도 이재명을 찍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

물론 인터넷 공간에서의 위와 같은 ‘놀이’가(혹은, 놀이에 버금가는 상황이), 잠시 동안의 반짝 이슈는 될 수 있을지라도 실제 선거 국면에 유효한 추세로 포착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이전에 여러 차례의 선거에서 여러 후보들 사이에 불었던 잠시 동안의 바람이 그저 미풍에 그친 사례도 적지 않고, 앞서 이야기한 디시인사이드나 에펨코리아 등의 커뮤니티는 그 특성상 ‘한 번 보면 결코 잊지 못할’ 인상적인 밈(Meme)을 잘도 만들어내는 이용자들이 수두룩한 곳이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어쨌든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얼핏 보면 시시하지만(?) 이처럼 우리네 평범한 시민의 삶을 보다 나은 쪽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공약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길 바란다는 것이다. 탈모약에 건강보험을 적용시킬 수 있다면, 시민이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할 때 필요한 각종 운동기구에 건강보험을 적용시키지 않을 이유는 뭔가?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에 접어드는 요즘,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각종 실비보험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지 않을 이유 또한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물론 현재 기초노령연금이 복지 차원에서 지급되고 있긴 하다). 팬데믹 사태 이후 이전보다 세 배가 넘게 늘어났다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공약 등,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수많은 시민들을 위한 공약 등도 관심과 의욕만 있다면 각 캠프에서 얼마든지 발굴하여 다듬고 정제해서 공약으로 내걸고 이를 선거운동에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외교, 국방, 문화 등등 사회 각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내용의 스케일 큰 공약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거창한(?) 공약은 솔직히 유권자 입장에서 모호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 까놓고 말해서 이명박이 대운하 공약 덕분에 선출되었나? 박근혜가 경제민주화 공약 덕분에 선출되었나? 그런 큰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라고 하고, 우리 유권자들은 우리 삶에 천착한, 더더욱 ‘시시한’ 공약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