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평범한 대다수 시민들이 받아들이기로, 칼럼(Column)과 일반 뉴스가 명백하게 구분되는 지점은 그 글 안에 모종의 시각이 들어있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가치판단이나 행위자의 잘잘못을 떠나서, 사실관계만 전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뉴스(기사)라고 하고, 글쓴이가 어떤 식으로든 의견을 드러내는 것을 일반적으로 칼럼이라고 한다면 거의 틀리지 않을 터.
물론 세상 모든 것이 반드시 정해진 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주변에서 뉴스가 넘쳐나는 때, 뉴스 소비자인 우리 시민들은 어떤 뉴스 미디어가 특별히 어떤 사안에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지, 그 보도에 불필요한 사족이 붙어있진 않은지, 혹은 어떤 뉴스 미디어가 미처(혹은 일부러?) 다루지 않은 사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등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서비스 중인 대부분 뉴스 미디어들의 수준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고, 한국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 수준도 매우 높기 때문.

시민들이 언론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진실은 가장 단순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했으니, 가장 단순한 이유로부터 출발하면 대한민국 언론이 지금껏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제는 일정 수준 사실로 받아들이는 데에 무리가 없다. 단순한 오보부터 의도가 명백한 가짜뉴스까지, 수많은 대한민국 언론사와 기자들은 이른바 ‘흑역사’를 써내려갔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지속된, 백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내용의 보도 등은 한국 언론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한국 언론은 왜 그토록 수준이 저열한가? 이 또한 간단하다. 대한민국 언론사(史)에 기록될 대형 오보 혹은 가짜뉴스 사건에서,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도 않았고 처벌도 받지 않았다.
2022년엔 민주 사회의 시민으로서 매우 중요한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 일도 기다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언론이 적어도 지금보단 나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지만, 하루아침에 그런 일이 벌어지길 바라긴 힘들고…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한 작가가 보여준 위대한 비전을 그대로 전하면서 글을 마친다.
“붓으로 이루어진 범죄라 하여 가볍게 여길 수는 없습니다. 붓이 칼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문필가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붓으로 이루어진 범죄가 칼로 이루어진 범죄보다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 억울해 합니다.
바르지 못한 일입니다.
붓이 정녕 칼보다 강하다면, 그 책임 또한 더 무거워야 합니다.
등기부 위조는 붓으로 이루어지는 반역이라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나는 창검으로 이루어지는 반역에 비해 더 큰 처벌을 내리지는 못할 망정 최소한 같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붓에 보내는 칼의 경의로 생각할 것입니다.”
이영도, ‘피를 마시는 새(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