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대상으로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고서 결국 검거되어 12년간 수감되어 있다가 바로 작년, 2020년 12월에 출소한 자. 그 이름, 조두순. 그가 출소하고 경기 안산시의 집으로 돌아간 날, 그 집 앞에선 유튜버를 빙자한 전국의 수많은 관종(…)들이 몰려와 활발한 영업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잊히는가 했던 그 이름이 다시 뉴스 첫 머리에 등장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12월16일, 조두순은 자신의 집에서 한 20대 남성으로부터 둔기에 의한 피습을 당했다고. 사건 발생 직후 용의자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체포했고, 조두순은 병원에 실려갔으나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고 한다.
어떤 명백한 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범죄의 피해자(혹은 제3자)가 가해자에게 내리는 이른바 사적 제재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대부분의 문명 사회에서 사적 제재는 적어도 정상 참작의 여지는 있을지언정 절대 권장되거나 부추겨지면 안 되는 일이란 점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공개되어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선 암묵적으로 공권력의 비호까지 받는 자경단 ‘화살촉’이 매우 비뚤어진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을 정도.
그렇지만, 정말이지 천인공노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 명백한데 멀쩡하게 밥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나쁜 놈’들을 보면 치가 떨리는 것도 사실. 앞서 이야기한 ‘지옥’과는 살짝 다른 차원에서 사적 제재를 어떤 식으로든 다룬 많은 영화, 드라마 같은 문화 콘텐츠들에 왜 그토록 많은 응원과 지지가 쏟아졌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더티 해리’의 주인공 해리 캘러한이 범죄자를 얌전히(?) 검거했으면 그 시리즈가 그렇게 오래 이어질 수 있었을까?
한편, 대체적으로 사법 제도에 대한 불신이 많은 사회일수록 피해자나 제3자에 의한 사적 제재를 비교적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거꾸로 그에 대한 법의 판결과 처벌은 매우 엄격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그런데, 미국 교도소에선 주로 아동 대상 범죄를 저지른 수감자의 경우 단체로 폭행을 당해 죽어도 싸다는 인식이 사회와 교도소 내에서도 만연해 있는 반면 사적 제재에 대한 처벌 형량은 의외로 높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 특히 이번 조두순 폭행 사건의 경우 피의자(피해자 말고 피의자)가 조두순의 집에 침입을 할 당시 경찰 행세를 했다고 하는데, 공무원 사칭의 혐의까지 더해져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상황은 이런데, 솔직히 모르겠다. 고백을 하자면 조두순이 둔기로 피습을 당했다는 뉴스를 보고서 내심 쾌재를 부른 것도 사실이고, 그의 상처가 그리 크지 않다는 뉴스가 전해졌을 땐 괜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사적 제재, 과연 어디까지 정당하다고 볼 수 있고 어디까지 안 된다고 해야 할 수 있을지.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적 제재 자체는 범죄 행위인데… 하여튼 나는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