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를 안고 있는 조용한 나라 네팔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네팔 현지 시간으로 지난 9월8일, 약 수만 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수도 카트만두에 위치한 의회 건물에 난입을 시도 중 이를 막으려는 경찰이 고무탄과 최루액이 들어간 물대포, 심지어 실탄(!) 등으로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19명이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부상자는 수십 명에 이르렀고, 약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집계에 따라 다르지만 이번 시위 사태로 인해 시민과 경찰 포함 50명이 넘게 사망했고 부상자는 수백 명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해외 언론에선 ‘Gen-Z Protest’, 즉 ‘Z세대 시위’라고 명명한 이번 사태는 네팔 정부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구 트위터), 유튜브 등 주로 젊은 세대가 애용하는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을 차단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이걸 막을 생각을 한 것도 한심하지만 사실 네팔 정부의 이번 정책 추진(시민들의 거센 반대로 무산되었다)은 그저 트리거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
네팔의 젊은 세대는 오랜 기간 이어졌던 다수 정치인들의 부패, 실업률 증가(주로 젊은 세대의) 등으로 진작부터 정치에 반감이 높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본인들의 SNS에 그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는데, 정부가 이를 알아채곤 그걸 막으려고 한 것. 한 마디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 것이다.

아무튼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에 맞서 시위대도 단단히 무장을 하고 방화, 약탈을 하거나 (마치 프랑스 혁명 때처럼)감옥을 습격해서 범죄자들이 대거 탈옥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여전히 화가 난 시위대는 전/현직 고위 정치인들의 집을 습격해서 방화를 하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대에게 정치인들이 흠씬 두들겨 맞거나 심지어 전직 총리의 부인은 사망(불에 타 죽었다고 ㄷㄷㄷ)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시위 사태가 약 일주일을 넘기면서 다소간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 앞서 언급한 것처럼 네팔 정부는 정책 추진을 철회했고 현 총리는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며 대통령은 새 총리를 임명했다(이번에 임시 총리가 된 Sushila Karki 전 대법관은 네팔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었다). 그리고 의회는 해산되었고 곧 새 선거를 통해 새로운 의회가 구성될 예정이라고도 한다. 다만 외신에서 ‘Z세대의 시위’라고 칭한 만큼 이번 시위에서 최전선에 섰던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와 사회 시스템 개혁을 지속 요구하는 중이어서 향후 네팔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조금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지금 네팔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쭉 보고 있으니, 불과 몇 개월 전 ‘조금 삐끗했으면’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저 상황이 펼쳐졌을 거라고 생각하니 으스스해진다. 지금 깜빵에 있는 전직 대통령이란 작자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덧붙였던 말을 되새겨본다. “반정부적인 행태에 대해서 단호히 대처한다.” 이게 무슨 뜻인가? 그냥 수틀리면 잡아 족친다는 말 아닌가? 수십 년 전, 바로 이 땅에서 군사독재가 횡행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나이 먹을 만큼 먹고서)모르는 사람은… 그냥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