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의 마지막 경기, 대한민국과 쿠웨이트의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이 4:0의 낙승을 거두며 B조 1위(6승 4무)를 지켜 오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진출을 확정 지었다. 사실 바로 지난 라운드였던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월드컵 진출이 이미 확정된 상황이긴 했다. 그래선지 어제 경기에선 이전까지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뛰었던 손흥민, 황희찬, 조현우 같은 선수들 대신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스타팅 멤버로 뛰기도 했고.
어쨌든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총 11차례 연속으로 월드컵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아시아에선 당연히 최초고, 전세계에서 따져도 월드컵 본선 진출 기록만은 브라질이나 독일 못지 않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인 것.
다만 결과가 좋다고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도외시해선 안 되는 법. 다른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결과만 놓고 따져서 ‘좋은 게 좋은 거’라면서 모든 걸 덮고 가는 게 가장 위험한 분야가 바로 스포츠 아닐까 한다. 당장 이번 시즌 손흥민의 소속 클럽인 토트넘만 봐도 그렇다. 시즌 마지막을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화려하게 장식했지만 사령탑이었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클럽의 최다 패배 기록을 쓰며 강등권을 겨우 면한 17위로 리그를 마치고선 결국 경질되지 않았던가.
불과 1년여 전 대한민국 축구에 짙게 드리웠던 그림자를 기억한다. 아시안컵에서의 졸전은 협회의 난맥상 때문이었으며 거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는 바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었다. 그에 대해 조명한 칼럼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놓쳐서 천만다행이다

그 때도 그랬지만, 지금 협회는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분위기에 은근슬쩍 올라타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 하고 있다. 더 고약한 건, 바로 그런 움직임에 선수들을 볼모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
이강인 작심 발언 “감독, 협회 향한 비판 선수단에도 타격”
특히 세계 최고의 리그와 클럽에서 뛰면서 많은 경험을 가진 선수들이 지금 협회의 문제를 모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걸 드러내놓고 공론화하기가 어려운 것이고, 그런 어려움에도 용기를 내어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박주호나 박문성 같은 이들이 대단한 것일 뿐. 한국 축구의 가장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손흥민이 왜 은퇴 후에 축구 관련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고 누차 공공연히 말했겠는가?
다시 이야기하지만, 위 링크의 기사 같은 경우 선수를 볼모로 내세운 협회의 언론플레이가 분명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협잡질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여전히 가장 큰 문제는 협회이고, 정몽규 회장이다. 지금의 대한축구협회에서 자정작용을 기대하는 건 대단히 어렵고, 감독이라도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하루아침에 전술의 달인이 되기를 바라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니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그나마 위안거리가 있다면 전진우, 배준호, 오현규, 김지수, 박승호 같이 매주 젊거나 어린 선수들이 하루하루 경험치를 쌓으며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들 중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제외하고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거 발탁되어(7월에 열리는 대회 일정 문제도 있고 대회 자체의 중요도로 봐도 그렇다) 참가하게 될 EAFF E-1 풋볼 챔피언십, 일명 ‘동아시안컵’을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