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이 ‘차력 쇼’가 되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아니, 스스로 불러온 재앙(…)으로 인해 결집한 수많은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에 의해 탄핵되었다. 현직 대통령이 궐위된 상황. 따라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향후 일정도 차례대로 진행될 터,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오는 6월3일로 확정되었다.

모름지기 선거란 마지막 한 표가 열리기 전까진 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법. 다만 두 달 뒤에 있을 대통령선거에선 당연히 현재 원내 제1당이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후보가 나와도)크게 유리할 것임은 분명하다. 반대로 대통령이 탄핵까지 되었으니 여당인 국민의힘으로선 대단히 불리한 선거가 될 것도 분명하고.

그래선지 여당인 국민의힘, 적어도 범보수 계열의 주자로 나설 (예비)후보들이 다소 과격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네임밸류로 보자면 유력 주자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나경원 의원은 난데없이 드럼통(?)에 들어가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처음 이 사진을 보고는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궁금했는데, 인터넷에서 관련 글을 좀 찾아보니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전 대표(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대표직 사퇴)를 겨냥한 퍼포먼스라고 하는 글을 봤다. 사진 속 그녀는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는 피켓도 들고, 나름 결연한 표정까지 지었다.

현재 여당에서도 중진에 속하는 나경원 의원은, 예전에도 좀 과하다 싶은 캠페인(혹은 퍼포먼스)을 여러 차례 벌인 바 있다. 사무실에서 자장면을 먹는 모습이라든가, 시설에서 장애인 아이를 목욕시켜주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응원과 격려보단 비난을 훨씬 더 많이 받은 기억도 있고,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을 당시엔 홈페이지에 ‘iSad’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트렌드를 나름 따라가려 애쓰는 인원이 분명히 캠프에, 적어도 주변에 있긴 한 걸로 보이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 수위가 너무 과해서 역효과가 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내 후보들 가운데 1,2위를 다투는(이게 진짜 말이 되는 일인가?) 김문수 후보의 경우 그야말로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메시지가 캠프에서 나왔다. 김문수 캠프에서 홍보 영상을 공개하면서 그의 외모가 “<오징어 게임>에 출연했던 공유를 연상시킨다”(!)는 멘트를 넣은 것. 이쯤 되면 싸우자는 거지요?!

2025년 대한민국 정치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진

선거판에서, 주로 지지율이 다소 떨어지는 후보들이 드라마틱한 역전을 노리고 다소 무리수를 두는 일은 원래 흔하다. 투표일까지 남은 날도 많고, 아직은 각 당에서 선수로 뛸 정식 후보들조차 선출되지 않았으니 이와 같은 무리한(그리고 어이없는) 캠페인은 앞으로도 꽤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곤 해도, 선거판이 ‘차력 쇼’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까놓고 말해 지금 여당의 예비 주자들 가운데 이렇다 할 공약이나 비전을 내세운 이가 있기는 한가? 오로지 ‘안티 이재명’이란 명제에만 기대고 있는 그들 아닌가. 선거가, 정치가 희화화되고 연성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인터넷 게시판에서나 볼 수 있는 ‘밈’이 적어도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벤트에서 메인의 자리를 차지해서야 되겠는가 이 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아마도 그러니 개헌 이야기도 나오는 거겠지. 윤석열의 비상계엄 해제와 이어진 탄핵 정국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한 신뢰가 많이 쌓였는데 그게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린 게 바로 개헌 이야기를 꺼내면서부터. 지금이 개헌을 논할 때인가 이 말이다.

내란 잔당들조차 아직 전부 소탕되자 않았는데 지금 굳이 개헌을 외치는 목소리가 주로 야당 쪽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 것도 무척 못마땅하다. 이러니 시민들 사이에서 정치에 대한 불신이 더 깊어지는 거겠지.

되게 ‘웃기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고 생각이 많아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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