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도 차이가 있는가

글을 작성하고 있는 오늘은 만우절이지만,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예기치 못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

지금이 봉건시대도 아닐진대 그 어떤 사람의 생명에 과연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남겨진 가족과 친지가 매우 슬퍼할 것이 분명한 죽음 앞에서, 우리 모두는 과연 똑 같은 무게와 크기의 명복을 빌어줄 수 있을까. 아주 솔직히 그렇다고 하기 힘들겠다.

어린 시절부터 대중에게 알려졌으며 훌륭한 연기로 무척 촉망 받던 여배우인 김새론이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향년, 이란 수식어조차 붙이기 힘들 정도인, 사망 당시 나이는 불과 스물다섯. 그가 생전 사귀었던(적어도 그렇게 알려진) 김수현과의 사이에 무슨 일인가 있었고, 그게 그녀가 그토록 모진 선택을 하도록 내몬 것이란 이야기도 흘러나왔으며, 도대체 무슨 사연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따로 뉴스를 찾아보거나 하진 않았다. 그냥 그 바닥에서 종종 봤던 추문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을 것이 분명한데 뭐, 지금 그런 데에 신경을 쓰고 싶지도 않아서.

작년엔 무려 천만 관중을 모으며 큰 인기를 누렸던 한국 프로야구판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지난 3월29일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가 맞붙은 창원 NC파크에서, 경기 도중 경기장의 구조물이 떨어지며 관중석을 덮쳐 바로 그 자리에 있던 한 야구팬이 크게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바로 오늘 새벽 사망. 유구한 전세계의 프로스포츠 역사에서도 경기 도중 사고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는(당연하지만) 매우 드문 일이었는데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그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만 것이다.

죽음에 차이가 과연 있는가

2025년 봄, 한반도 남동부를 휩쓴 거대한 재난으로 인한 사망자는 무려 서른 명이나 되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힐 경북 지역의 산불로 인해 현지에 살던 주민은 물론, 진화 작업에 참여한 소방관과 헬리콥터 파일럿 등이 화마에 삼켜지고 말았다. 일부 지역에 한해 실화 혐의를 받은 이가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지만 이미 여러 사람이 생명을 잃고 난 후,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크나큰 피해를 입고 난 후 법적인 처벌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덧붙이면 이번 경북 지역의 산불은 강풍과 건조한 날씨 등으로 인해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기후 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에선 앞으로 얼마든지 비슷한 수준의 재난이 더 발생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책을 단단히 해야겠다.

머나먼 나라 미얀마에서도 강진으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3월28일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리히터 규모 7.7의 강진이 일어나 현재까지 최소 2천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집계되었다. 더 무서운 것은 이 데이터가 단지 현재까지의 집계이며, 전문가들은 최종적으로 약 10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 게다가 미얀마의 경우 아직까지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와 반군 사이에 내전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로 내정이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사태가 완전히 수습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다고 하니 더 안타깝다.

그리고… 오늘 새벽. 정말 뜻밖의 죽음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바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 얼마 전 여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피소되었고(근데 그게 8년 전의 일이었다고. 그 기간 동안 어떻게 뉴스에 기사 한 줄 안 난 거지) 본인은 부인했으나 바로 어젯밤 JTBC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될 만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궁지에 몰리다 결국 본인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 유서도 발견되었고 타살 혐의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불과 며칠 사이, 우리는 이렇게 많은 죽음을 목도한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죽음은 결국 같을 것이다. 외국 속담에 ‘모든 이에게 평등한 것은 딱 두 가지, 죽음과 세금’이란 말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녕, 죽음에도 차이가 있는가, 우리는 이 모든 죽음을, 같은 무게와 크기로 보고 있는가, 그렇게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이 질문은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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