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인정하지 않을지 몰라도 이미 많은 영화 팬들 사이에선 ‘원빈의 커리어 하이’라고 받아들여지는 영화, ‘아저씨’에서 악당들은 아이들을 납치해서 마약이나 범죄수익을 배달시키는 등으로 부려먹다가 장기를 적출해서 해외에 팔아먹는 만행을 저지른다. 그러고 보면 (범죄를 다룬)한국영화에서 유독 무단으로 장기를 적출하는 내용이 많이 나오는 듯하다. 2020년 기준 최고 흥행 성적을 거둔 한국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오고, 누구나 인정하는 충무로의 거장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다른 대부분의 범죄가 그렇긴 하지만, 무단 장기적출은 소중한 사람의 생명을 그야말로 ‘값어치’로 평가한다는 측면에서 철저히 근절되어야 할 범죄임이 마땅하다. 관객의 흥미를 보다 쉽게 유발시킬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설정을 구체화한 결과일 터.
영화 속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 무서운 장기밀매라는 범죄가 하루 속히 근절되기를 바라며, 오늘은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에서 가장 진보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종(異種)간 장기이식’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지난달, 미국에선 돼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돼지의 신장을 이식 받은 환자에게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거부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수술에 성공한 것. 참고로 환자는 보조 장치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던 뇌사자였다.
사람에게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은 당연히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람에 대한 이종의 장기이식은 이미 60년 가까이 전인 1963년에 침팬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한 수술이 최초의 사례. 어쨌든 사람과 유전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은 영장류인데, 영장류의 장기는 사람에게 이식하는 데에 그다지 좋은 조건은 아니라고 한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영장류 장기는 사람의 장기보다 훨씬 작고, 임신 기간이 길며, 한 번에 낳는 새끼 수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장기 확보 자체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여기에 후천성면역결핍증 같은 질환의 감염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가능성이 제기된 동물이 돼지. 돼지는 영장류에 비해 임신 기간도 짧고 새끼도 한 번에 많이 낳는 등의 장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전자 조작이 영장류에 비해 쉽다는 장점이 있어 실제 사람에게 이식을 할 장기를 확보할 때 필요한 이른바 ‘무균 돼지’의 조달에 있어서도 더욱 용이한 편이다.
뉴욕대 랭곤헬스 의료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수술이 특별한 이유는, 이전까지 돼지의 장기 중 심장판막 같이 비교적 간단한 기능을 갖춘 장기와는 달리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작동이 필요한 신장의 이식(과 정상 작동)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영장류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일에 관해서, 앞서 말한 여러 가지 한계 때문에 2021년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 따라서 적어도 완벽한 수준의 인공장기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장기이식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와 그 가족에게 있어 돼지는 결코 경시되어선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당장 오늘부터라도 돼지를 비하하거나, 적어도 부정적인 시각으로 조명하는 등의 표현은 삼가야 할 것이다. ‘돼지 우리에 주석 자물쇠’와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모두 경우에 안 맞는 상황을 언급하는 속담이다. 그런데 먼 훗날, 저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