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우는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도 ‘여성’만을 위한 교육기관, 그 중에서도 최고의 지성이라고 할 만한 대학의 존재 가치는 자명하다. 인류 역사에서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지구상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여성은, 바로 그 성별이란 게 스스로 선택할 수도 없는 것임에도 그 성별 자체 때문에 심한 차별을 받은 것이 사실. 그리고 이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이와 같은 차별은 어리석고 옳지 못하다는 인식이 공유되면서 앞서 말한 여성을 위한 교육기관도 필요해진 것이다.
여성 대상 교육기관에서 여성들이 필요한 교육을 받고 있다는(참 당연하게도) 사실 외에도, 은근히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대학의 경우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복지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일정 정도의 자치권을 갖고서 필요한 경우 학교는 물론 그 어떤 대상에 대해 일정한 조건을 요구하는 일이 종종(자주) 있다. 때로는 정치, 문화 등 사회 일반의 특정한 사안에 대한 입장을 내기도 하는데 그 모든 일들은 무엇보다 내부의 의견수렴과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한 일들이다. 요컨대 ‘커뮤니티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일을 한다는 것. 이런 일들은 특정 커리큘럼을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강의를 듣는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여대는, 그러니까 여성만을 위한 최고의 지성이자 교육기관인 여자대학교는 그 모든 일들을 ‘여성’들이 스스로 해야 하기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여성 교육의 장에서 매우 안타까운 참사가 벌어졌다. 동덕여자대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된다는(전환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학교 내/외부에서 벌어진 일들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우선 학교측(동덕여대 교무위원회)는 “향후 학교의 발전 계획을 위한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의견일 뿐”이며 실제 구체적으로 검토된 적은 없다는 입장. 반면 총학생회를 비롯한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진영에선 “여전히 여성 대상 범죄와 차별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주류 시각을 벗어난 학문적 고찰이 필요하고 그 바탕이 여대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이번 논란이 바로 위의 언급처럼 고고하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사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훨씬 심각한 ‘사태’ 혹은 논란이 된 것이다). 처음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다시 말하지만 이건 결정된 사항도 아니고 공식적으로 검토된 적도 없는 사안이다) 이야기가 나오면서 동덕여대 총학을 비롯한 일부 학생들은 캠퍼스 내/외부에 상상하기도 힘든 ‘반달리즘’을 가했다. 학교 건물에 페인트로 시위 문구를 쓰고, 집기를 부수고, 심지어 학교측과 일부 공공기관/대기업이 참여한 취업설명회에까지 난입해 역시 집기를 부숴서 큰 재산상의 손실을 끼치기도 했다.

사실 이번 동덕여대의 반달리즘 사태가 외부에 크게 공론화가 된 것은 바로 앞서 이야기한 취업설명회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이런저런 자료까지 준비해서 굳이 설명회에 참여한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왜 이런 피해를 받아야 했는지. 그리고 가뜩이나 취업시장도 얼어붙은 게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닌데 나중에 여기에 참여했던 기업들 인사담당자들 앞에 ‘동덕여대 출신’이란 이력서를 자랑스럽게(?) 내밀 깡다구를 도대체 어떻게 기른(?) 건지. 이런 일 때문에 학교 내부의 구성원 사이에선 내홍이 크다고. 말할 것도 없이 이제 졸업을 앞둔 졸업반 학생의 경우는 특히 더할 것.
그리고 이 사태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학교측이 이번 교내에서 벌어진 폭력 행위에 대해 발생한 피해액을 총 54억원(!)으로 집계하고 그 청구서를 총학에 제출했다고 한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총학도 이 일에 대해 법률자문을 구했는데 ‘승산’이 지극히 낮아 고심을 하고 있다고.
학교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 지난 11월14일 전국적으로 수학능력시험이 있었고, 이제 논술고사가 있을 예정인데 그 날짜는 불과 사흘 뒤. 그런데 학교가 이 지경이 된 모습을 본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들 중, 그 누가 ‘이런’ 학교에 지원을 하려고 할지.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공학 전환(에 관한 논의, 혹은 의견)은 무엇보다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학교 자체가 존폐의 위협마저 받을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전술했듯이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은 그 존재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이를 통해 성숙한 논의를 거칠 필요도 분명 있었을 터인데… 참 여러 모로 안타까운, 2024년 연말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