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들기, 그 특별한 일에 대하여

영화 만들기, 그 특별한 일에 관한 영화 <스턴트맨>

얼마 전 VOD로 풀린 영화 <스턴트맨(The Fall Guy)>을 봤다. 진작 예고편을 보고선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보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시간이 지나 금방 극장에서 내렸고 VOD로 볼 수밖에 없었다. 보고 나서 ‘영화관에서 봤으면 더 좋았을 걸’이란 생각도 하게 되었고.

내용은 이렇다. 영화판에서 알아주는 스턴트맨인 주인공이 모종의 사고로 트라우마를 겪고선 현장을 떠났는데, 과거에 사귀었던 연출부 출신의 전 여친이 감독으로 정식 입봉을 하게 되어 그 작업을 도와주기 위해 현장에 복귀하게 된다. 그런 중 또 모종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러닝타임 내내 눈이 즐거운, 전형적인 팝콘 무비. 선남선녀인 두 주연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영화 촬영 중의 스턴트 액션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그 과정을 보는 재미도 컸다. 감독인 데이빗 레이치부터 전직 스턴트맨이며 <존 윅>은 물론이고 <아토믹 블론드> 같이 걸출한 액션으로 유명한 작품들을 연출한 적이 있으니.

그러니 당연하게도, 영화 촬영 현장에서 위험하고도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는 스턴트맨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매우 어려운 고난도의 스턴트 액션을 성공시키고는 스턴트맨이 현장 스태프들과 함께 환호를 하는 모습에선 진짜 뭉클함마저 느껴졌을 정도.

그러면서 또 생각난 영화가 있다. 바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장르도, 볼륨도 전혀 다른 이 영화가 생각난 이유는 이 작품 역시 ‘영화를 만드는 일’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에 대해 잠깐 소개를 하면, 영화 속 영화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영화에선 일단 짤막한 좀비 영화가 나오고, 이후에 해당 영화를 어떻게 촬영했는지 현장 스케치 형태로 다시 보여주는 셈.

아재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특히 해당 작품 속 좀비 영화의 마지막 부분, 카메라가 죽 올라가는 부감 쇼트를 촬영하기 위해 스태프들이 모두 모여 인간 피라미드를 쌓고 그 꼭대기에 카메라맨이 올라간 장면에선… 고백하기 창피하지만 잠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이유는,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 영화 작업을 했던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열악하기 짝이 없던 시절.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후배들이 모여서 ‘노가다’를 뛰었던 일부터 시작해서, 시나리오 한 줄 한 자를 수정하기 위해 끝없이 토론을 하기도 했고, 촬영 현장에선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일어나서 당황하기도 했으며, 안 그래도 신경이 곤두선 연출자가 갑자기 육두문자를 쓰는 바람에 현장에서 싸움이 나기도 했다. 길고도 지루했던 편집 과정은 또 어떻고.

바로 앞 문단에서 쭉 이야기한 내용을 봤을 때 그 모든 기억이 아름답기만 했던 것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긴 해도, 나를 포함해서 당시 작업에 참여했던 동기와 선후배들 모두 영화에 대한 열정과 애정만은 순수했으니 그 모든 상황을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었던 거겠지. 거의 30년이나 지났는데도 그 때 친구들과 선후배들 대부분 지금까지 서로 연락도 하고 친하게 지낼 수도 있던 것일 테고.

작년에 본지에서 <파벨만스>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만드는 영화’에 관해서라면 솔직히 <파벨만스>보다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나 <비 카인드 리와인드> 쪽이 내 취향에는 더 잘 맞는다고 했다. 오늘 밤에는 이 두 편의 영화를 다시 찾아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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