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가

오는 2030년 열릴 세계박람회, 엑스포의 개최지가 결정되었다. 엑스포 개최지는 165개 회원국 대표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현지 시간으로 지난 11월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총회 1차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표를 얻어 29표를 얻은 대한민국 부산, 17표를 얻은 이탈리아 로마를 이긴 것. 1차 투표에서 이미 판세가 크게 기울어서 2차 투표로 갈 일도 없었다.

딱히 부산 거주자가 아니라도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부산이 2030 엑스포에 출사표를 던진 사실 자체는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듣자 하니 부산에선 이정재 홍보대사가 출연한 광고가 사방팔방에서 하도 많이 나오니 부산 시민들이 거의 노이로제에 걸렸다고 호소하는 수준이었다고.

부산에선 이런 광고가 엄청 많이 나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엑스포를 비롯한 대형 글로벌 이벤트 개최 시에 얻을 수 있(다고 하)는 여러 긍정적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이지만, 뭐, 여러 사람이 열심히 노력했던 만큼 개최에 성공하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한다. 그렇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온 걸 어쩌랴. 이번 2030 엑스포의 부산 유치 실패는, 실패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부산의 유치 실패담을 전하는 대한민국 언론의 한심하기 짝이 없는 태도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투표 전, 대부분의 대한민국 언론에선 2030 엑스포 유치에서 부산이 낙승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진작부터 유치전에 뛰어든 리야드가 다소 우세하긴 하지만 최대한 표차를 줄여 2차, 3차 투표로 가게 되면 승산이 있다고 본 것. 이런 기사가 나오기까지 나름의 취재를 통해 수집한 정보가 있긴 했을까? 심히 궁금하다.

그 전에, 엑스포를 유치하게 되면 무슨 수십 조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느니, 수십 만 명에 달하는 고용유발 효과가 있다느니 하는 식으로 전했던 기사들도 있었던 걸 기억한다. 그 효과는 도대체 어떤 계산식에 의해 도출된 것인가?

솔직히, 엑스포를 개최하면 뭐가 좋은지?(사진 출처 시사IN)

결국 유치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 이후에 쏟아진 기사들은 더 가관이다. 부산 패배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이나 고찰은 없고 한다는 이야기가 ‘사우디의 오일 머니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식으로만 읊어대고 있으니. 사우디가 돈 많은 나라란 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그리고 이런 보도 기조는 사우디에서 문제 제기를 하면 자칫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도 포함하고 있다는 걸 기레기들은 알까?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그럼에도 대통령과 재계가 앞장 선 원 팀 코리아가 거둔 선전이 어쩌구 저쩌구~’, 진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한 가지 덧붙이자. 이번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들며 조직위원회가 준비한 프리젠테이션 자료 및 홍보 영상도 진짜 목불인견 수준이었다고 많이들 이야기한다(개인적으로 안구 테러가 두려워서 굳이 찾아보거나 하진 않았다). 특히 홍보영상엔 10여 년 전 노래인 <강남스타일>까지 나왔다고. 아니 부산이라면서 왜 강남? 여기서 ‘강’이 혹시 낙동강 얘기하는 건가?

진짜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혹은 모른 체 하고) 앵무새처럼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대한민국 언론에 피로감을 느끼는 게 나 혼자만은 아닐 터. 솔직히 기대도 없으니 실망도 안 하게 된다. 그냥 어이없고 허탈하기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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