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는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요즘, 할리우드는 말 그대로 ‘멈췄다’. 지난 5월부터 이어진 미국 작가 조합(WGA)의 파업, 그리고 지난 7월14일부턴 미국 배우 조합(SAG)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현재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는 물론, TV 드라마와 극장용 애니메이션 등의 작품 제작이 전부 ‘STOP’ 됐다. 참고로 ‘할리우드’로 통칭되는, 미국 대중문화 콘텐츠 생산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작가 조합과 배우 조합이 동반으로 파업을 벌인 것은 지난 196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고, 당시 배우 조합을 이끌던 조합장은 다름 아닌 로널드 레이건, 미국의 제40대 대통령 그 사람(물론 배우 시절의 일) 맞다.
지난 5월부터 주로 외신을 통해 계속 전해지는 뉴스를 보면서, 언제 한번 요 사안을 기사로 정리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번에 (아주 잠깐)짬을 내기로 했다. 김PD가 현재까지 취합한 여러 가지 자료와 기사들을 통해서 정리해본 이번 할리우드 파업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쟁점 1) 재방송 시 재방료 지급 기준 확립과 현실화에 대한 요구
일반적으로 TV 드라마는 특정 방송사/채널을 통한 최초 공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재방송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방송사/채널은 이처럼 재방송을 할 때마다 배우와 작가들에게 재방료를 지급하게 되어 있다(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넷플릭스와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등으로 대변되는 OTT 채널이 대세가 되면서 앞서 언급한 계약 관계(재방송 시 일정한 재방료 지급)가 유명무실해졌다. OTT 업계에선 채널의 특성상 ‘(특정 콘텐츠의)재생이라는 개념이 기존의 재방송이란 개념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좀 궁색한 변명으로 들리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게다가 OTT 채널들은 개별 작품의 조회(재생) 수를 공개하는 것이 내부 방침에 어긋난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지만, 당장 넷플릭스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오징어게임>만 해도 전 세계에서 몇 가구가, 몇 시간 동안 시청을 했는지 ‘뭉뚱그려서’ 공개한 적도 있다.

재방료 지급 기준 확립과 현실화 이슈는 특히 배우 조합에서 매우 강경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측이라고 할 수 있는)미국 제작사 연맹(AMPTP) 역시 매우 강경하게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쟁점 2)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콘텐츠 제작 거부
ChatGPT와 같은 이른바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한 콘텐츠 제작에 대해서도 미국 작가 조합 및 배우 조합에 소속된 조합원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작가의 경우 ChatGPT가 아주 현실적으로, 당장 생계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고 있을 정도. 배우의 경우는 다소 특이하다면 특이할 수 있는 상황인데, 말하자면 특정 배우의 얼굴과 신체 전부를 3D 스캔하여 축적한 데이터로 이른바 가상 인물을 생성하고 이를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러면서 당연히, 출연료를 절감시킬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와 같은 테마를 전면적으로 다룬 드라마 <블랙 미러>의 새 시즌이 얼마 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현재 파업을 벌이고 있는 작가 조합과 배우 조합의 ‘공공의 적’이 바로 넷플릭스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쟁점 이외에도 원고료(작가)와 출연료(배우) 인상 문제, 업무 환경 개선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조합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중. 덧붙이면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인 맷 데이먼, 수잔 서랜든, 제이미 리 커티스, 론 펄만 등 이전부터 사회적 이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이들이 이번 파업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고,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배우인 드웨인 존슨도 조합에 거액의 후원을 했으며, ’아쿠아맨’ 역으로 유명한 제이슨 모모아는 (참 특이하게도)더운 날씨에 파업을 이어가는 조합원들을 위해 생수(!)를 지원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역대급 무더위가 쏟아지고 있는 2023년 7월, 할리우드를 멈춰 세운 파업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아직까지 그건 아무도 모르지만, 적지 않은 수의 영화 및 드라마 공개 예정이 지연되면서 전 세계의 수많은 영화 팬들은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게 됐다.
그렇긴 하지만, 우리가 열광하고 사랑하는 작품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모든 이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있다. 아예 이번 기회에 해외에도 팬이 많은 K-콘텐츠의 제작 현장 상황은 어떤지 다시 점검해보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