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가 발생했다. 약 5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또 그만한 수의 사람들이 다쳤으며,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피해액이 발생했다. 그 무엇보다 안타까운 일은, 이와 같은 참사가 이번에 한 번 발생한 것이 아니라 ‘또 다시’ 발생했다는 것.
2023년 7월, 주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하늘에서 퍼부어진 호우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상의 피해도 발생했다. 특히 청주 오송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사고로 무려 14명이나 생명을 잃었는데 금강홍수통제소와 흥덕구청과 충북도청 등 관계기관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먼저 이번 호우로 인해 귀한 생명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에게도 위로를 전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참사가 일어난 원인이 무엇인지, 정녕 사전에 예방할 수는 없었는지, 만약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바로 그 사람에게 가장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진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아주 잘 알고 있다. 바로 작년 여름에 일어났던 일과, 작년 10월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그 이후의 처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우리 모두가 보고 들었다. 그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지 않은가?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다’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라는 말.

이번 참사의 일차적인 원인은 물론 짧은 시간 내에 쏟아진 호우일 것이다. 그런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의 요인으로 인해서 다른 일도 아니고 사람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어 일어난다면, 마땅히 기존의 시스템을 다시 점검해봐야 하는 일 아닌가? 이번 중부지방의 집중 호우를 두고 거의 1백년 만에, 혹은 1천년 만에 쏟아진 것이라는 말도 하던데 그 정도까진 안 되어도 작년에도, 올해도 똑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이건 1백년이니 1천년이니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이 말이다.
또한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호우가 매년 여름 쏟아지는 이유와, 지구상에 벌어지고 있는 기상 이변이라 할 만한 상황이 무관하지는 않은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실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세계 각국의 기상이 예년과 다르게 변하고 있는 상황이 우리 주변에서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에 호우가 쏟아질 때 유럽 전역과 미국 일부에선 한낮 기온이 섭씨 40도 ~ 45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역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면, 마땅히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책임을 가진 자리에 있는 이들에 청컨대 ‘무능하면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나 있으라’고 전하고 싶다. 십여 명이 목숨을 잃은 현장에 가서 피식 웃질 않나, 뜬금없이 박수를 치자고 하지 않나, 호우 중 골프 삼매경에 빠졌던 한 고위공직자는 “휴일에 골프 치는 게 무슨 규정 위반이라도 되느냐”라는 식으로 야부리를 털며 사람 속을 긁고 있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욕지기를 겨우 참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일 하기 싫고, 책임지기 싫으면 사람 열 받게 하지 말고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복지부동이라도 하라고. 어차피 너희들한테 많은 것 바라지 않는다고.
마지막으로 정확히 3년 전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을 어떻게 보호하느냐에 그 정부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한 사람이 누군지 되새겨보자. 그 사람이 누구냐고? 바로 지금의 대통령이다. 지금 대통령의 저 발언 뒤에는 또 어떤 말이 이어졌는지도 다시 살펴보자. “이 정부는 정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