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NIMBY) 현상, 참 풀기 어려운 문제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세간 대다수를 버렸다. 전에 살던 집에 워낙 오래 살기도 했고, 그 세간들은 거의 모두 그 이전에 구입해서 쓰던 것들이라 꽤 오래된 물건들이었기 때문. 뭔가 아깝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속이 후련했다! 다만 그 대형폐기물들을 처리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생각하면 속이 좀 쓰렸지만. ㅠㅠ

옷장, 책장, 책상, 의자, 식탁, 피아노 등등을 ‘버리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건 21세기 대한민국에선 상식 중의 상식.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액자는 물론 항아리, 병풍, 대나무 발, 그리고 김장철에 배추 절일 때 썼던 대형 체반까지도 버리기 전에 일정 금액의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아무튼 이런 일을 마주하고 나니 자연스레 생활폐기물들을 처리하는 일에 관심이 가게 됐고, 또 자연스레 님비현상에 관심이 가게 됐다.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내가 사는 동네에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일을 반대하는 행위, 이와 반대되는 뜻의 단어는 핌피: PIMFY / Please In My Front Yard)현상은 역사가 깊다. 지난 1987년, 미국 뉴욕 근교의 항구를 떠난 한 바지선에는 쓰레기 3,000톤이 실려 있었다. 이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바지선은 아메리카 대륙의 해안선을 따라 항해하면서 여러 도시에 입항하려고 했으나 그 도시들이 모두 “내 뒷마당에는 안 돼!”를 외치는 바람에(심지어 남아메리카 대륙의 다른 나라들까지) 무려 9,600Km를 돌아 뉴욕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로부터 님비현상이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님비현상, 단순한 지역이기주의인가 아닌가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이전에 한반도에서도 님비현상이라고 할 만한 사례를 찾을 수 있으니 그 참 놀라운 사실. 조선 말기부터 한양도성(흔히 하는 말로 4대문 안이라고 보면 된다) 내에선 시체를 매장하는 일이 금지되었을 정도.

대한민국처럼 부동산에 목숨 건 사람들이 많은 나라에서 님비현상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다양한 미디어에서 이를 언급할 때 의도했든 혹은 의도치 않았든 다분히 부정적인 뉘앙스로 조명한다는 것. ‘공공성은 도외시한 지역이기주의’ 운운하며 매도하는 경우를 적잖이 보는데, 이것이 과연 온당한지 따져보는 일은 둘째 치고 결국 중요한 것은 타협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주민에겐 당연히 적절한 수준의 보상이 있어야 될 것이고, 입지선정 과정에서 어떤 부정이나 외압은 없었는지 면밀히 따져보고 시행해야 할 터다.

그러고 보면 제레미 벤덤의 공리주의에 대해 처음으로 배운 것이 중학교 때 사회시간으로 기억하는데, 까까머리 중딩이 뭘 알겠는가? 그저 교과서에 나와있으니 으레 좋은 이야기겠거니 생각한 것이 사실. 그리고 이후로도 꽤 오랫동안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지고의 가치인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는데 요즘 들어선 벤덤도 가열찬 비판의 대상이 된 듯하다. 이른바 공공성이란 명목으로 다수의 이익을 소수에게 강요하는 일은 횡포에 가깝다는 것이 바로 그런 시각이다. 이 역시 다변화된 사회의 행태를 반영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참 풀기 어려운 문제가 바로 님비현상이 아닐까 한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