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 불신자들을 위하여

10월 중순 들어서 일간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2천 명 선을 넘나들더니 아주 조금씩은 감소 추세로 접어든 듯하다. 지난 9월의 추석 연휴, 그리고 10월 초까지도 연휴가 이어져서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지며 확진자 수가 폭증을 하지는 않을까 관계 당국이 긴장을 했는데,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일정 수준 선에서 조정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곳곳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어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이제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확진자 수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억제하고 격리하는 등의 일에 자원을 쏟는 대신 중증으로 접어들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환자에 대한 관리를 더욱 철저하게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 말하자면 코로나와의 공존, 이른바 ‘위드 코로나’가 그것. 이런 의견도 나름 일리가 있다고 보는 것은, 이제 10월 말이면 전 국민의 70% 가량이 백신 예방접종을 마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10월 초를 기준으로 지난 5개월간 확진 판정을 받은 약 15만여 명 가운데 90%가 백신 미접종자라는 통계도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게끔 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코로나 시국을 맞아 관계 당국, 특히 정부 차원을 통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모습을 보면 정해진 시간 이후 자영업은 매장에서의 영업이 금지되고(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오후 9시, 혹은 10시로 기준이 달라졌다) 그 이전 시간에도 외부에서 사적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인원 수에 제한이 있다. 다만 가족 구성원인 경우 8명까지 가능한 예외 규정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 혹자는 ‘코로나가 야행성이라(?) 밤에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냐’고 하거나 ‘가족끼리는 코로나가 감염되지 않는다는 말이냐’고 하는 등,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딱하다. 이런 이야기를 보고 들을 때마다, 정말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저마다 참 다양한(?) 생각들을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른바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 외부에서의 사적 모임에 시간을 기준으로 두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간대에 따라 활동을 많이 하고 적게 하기 때문이 아니라 어떻게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사람들간 밀접 접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그 기준을 그저 시간으로 둔 것뿐이다. 사적 모임의 인원 수 기준에서 가족 구성원 수에 예외를 둔 것은, 어디까지나 거주 공간이 동일한 가족이 모이는 경우에 한해서이며 그렇지 않은 가족까지도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 심한 처사라는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인 것이다.

어디 가서 똑똑하다는 소리는 못 들을망정, 덜 떨어졌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면 모름지기 생각이란 걸 해야 된다. 생각이란 걸.

우리나라에선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지만,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내세우며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도 많다. 뭐,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 그렇다고 그게 너님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어 어디든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그 바이러스를 전파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 사회 공동체가 그럭저럭 안정적으로 구동하면서 돌아가려면, 백신을 거부할 자유와 권리만큼 다른 공동체 구성원의 안전에 잠재적 위험이 되는 요인을 사전에 방지할 의무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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