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시대의 어린이날

보리스 매거진 취향 코너에서도 다룬 바 있는 영화 <칠드런 오브 맨>에 관한 이야기. 이 영화는 굳이 따지자면 미래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장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작품 내에서 정확히 언급되지는 않는 모종의 이유로 전 인류는 실제로 ‘불임’을 겪고, 영화가 개봉한 해인 2006년에 세상의 마지막 아이가 태어났고, 그 아이가 이제 막 18세가 된 서기 2027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실이 된 디스토피아의 시대, 그래도 희망은 있는가(링크)

위 링크에서도 나오듯이 <칠드런 오브 맨>의 세상에선 인류의 역사가 말 그대로 ‘마지막’을 향해 가는데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이지만, 서기 2023년의 대한민국은 거기에서도 더 암울한 미래로 나아가게 생겼으니 이를 어찌할꼬?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인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 해방선언’을 발표했을 때 그 선언에는 어린이의 노동 금지, 그리고 어린이에게 배우고 놀 권리와 인격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의 시각으로는 무척이나 당연한 것이지만 100년 전만 해도 엄청나게 급진적인 시각이었을 것이 자명하다. 아무튼 대단한 선각자였던 방정환 선생의 부단한 노력과 이후에 계속 이어진 사회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오늘날 어린이는 매우 존귀한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하다.

어린이들은 그 누구보다 귀한 존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은 잊을 만하면 시시때때로 펼쳐진다. 불과 일주일 전, 부산 영도구에선 1.5톤짜리 화물에 치여 한 초등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 사고가 발생한 위치는 하필이면 스쿨존이었고, ‘어린이 보호구역’이란 명칭이 무색하게 해당 사고를 낸 업체와 당사자는 화물 하차 작업 중 필수적으로 지켜야 하는 안전조치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들의 안전에 대해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규정된’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누구라도 엄벌에 처해야 하는 당위성은 매우 실제적인 근거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실제로 이제 우리 주변에서 어린이들을 만나기가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란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어쨌든, 어린이날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들인 우리의 미래, 어린이들이 주인공인 일년 중 하루(를 포함한 연휴)에 하필이면 비바람이 불어 닥칠 예정이라고 하니 2023년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에 대해 조금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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