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부모님의 병치레가 잦아지면서, 보호자 입장에서 병원을 여러 차례 다니게 되었다. 부모님이 연로하시다 보니 ‘큰 병원’, 그러니까 3차병원(상급 종합병원)을 주로 다녔는데, 그러면서 보고 듣고 느낀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최근에 직접 가본 병원들은, 무엇보다 시스템이 굉장히 체계적으로 정착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일단 어떤 병원이든 환자가 내원을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환자번호가 주어지고(주민등록번호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그 번호로 병원 내 어디에나 있는 키오스크를 통해 원무과의 접수와 수납을 기본으로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진료 전 환자의 혈압을 체크해야 할 경우도 있는데, 바로 환자번호를 키오스크에 입력한 후 바로 그 키오스크와 연결된 혈압계에서 혈압을 재면 따로 간호사에게 전달을 할 필요도 없이 바로 의사의 모니터로 전달이 되기도 한다.
다만 위와 같은 경우는 환자가 해당 병원에 여러 차례 반복해서 내원을 하고 주치의가 따로 있는 경우에 한한다. 환자가 처음으로 병원에 방문한 경우는 절차가 살짝 복잡할 수는 있는데 그럴 때도 보호자가 옆에서 조금씩 도와주면서 환자 등록을 하게 되면 나머진 일사천리. 앞서 이야기한 사례 외에도 여러 병원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해당 병원을 정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여러 시스템이 잘 고안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경제력에서나 여러 분야의 산업 인프라 측면에서나 조금은 떨어지는 나라에서, 어떻게든 부를 축적한 이른바 ‘제3세계의 부호’ 입장에서 한국으로 ‘의료관광’을 오고 싶어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근래에 병원을 여러 군데 다니면서 외국인들이 단체로 병원에 와서 채혈 등을 하고 있는 광경을 수 차례 본 적도 있다.
의료관광이란 분야에 대해서, 이전까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호의적인 감정을 갖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사실 ‘의료’라는 분야와 ‘관광’이라는 분야가 어떻게 하나로 합쳐질 수 있는지 의아했던 것이 사실인데, 그런 개인의 인식 수준과는 별개로 엄밀히 존재하는 산업 분야이고 미세한 차원에서나마 실체를 직접 목격하기까지 했으니 애써 부인하거나 특별히 부정적으로 바라볼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해외 여행이나 체류 경험은 있으나 마나 한 수준으로 미미하긴 하지만 ^^;; 우리나라의 3차병원 정도의 시스템, 기본적인 인프라, 그리고 의료진의 수준을 보유한 병원을 외국에서 우리나라처럼 수많은 환자들이 대중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일단 미국의 경우는 비용 문제 때문에 그런 상황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고, 과거 동구권 진영에 속했던 나라들은 그나마 비용 부담은 덜하지만 의료진의 수준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고 하고… 유럽 같은 경우엔 그래도 공공의료 부문이 잘 되어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체감하는 수준은 어떨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 남아시아 국가나, 중동 및 미국과 유럽의 은퇴한 부호들을 상대로 한국의 의료관광이 새로운 차원의 매력 요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관련해서 검색을 좀 하다 보니, 한국의 의료관광 수준에 대해 실제 외국인 방문객들이 느끼는 만족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주장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 의료관광, 비용 측면서 외국인 환자들 만족도 낮다” (데일리메디 / 링크)
위 기사에 따르면,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방문객들은 한국의 경제 규모나 전반적인 이미지, 시설과 서비스 등에 대해선 대체로 우호적이었지만 비용 부문에서 외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전하고 있다(확실히 3차병원 정도 가면, 여러 가지 비용이 높긴 하다. 하물며 ‘의료관광’차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방문객들의 경우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을 것).
그리고 아직 전세계적으로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 우리나라는 방역 등에 있어서 대처를 잘 한 편이어서 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낮은 편인데, 바로 이런 부분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 등에 포커스를 맞추면 앞으로 꽤 괜찮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하게 된다.
그건 그렇고 이제 가족들이 좀 덜 아프면 좋겠다. ㅠㅠ 보호자로 병원에 다니는 것도 너무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