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축구를 바라보는 세 가지 키워드: 데이터, 상업성, 세계화

21세기, 축구는 데이터, 상업성, 세계화라는 키워드로 읽어낼 수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중반을 넘어서며 32개 참가 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개막 전에 강력한 우승 혹은 상위권 진출 후보로 거론된 독일과 벨기에, 덴마크 같은 팀들이 일찌감치 탈락하며 짐을 싼 반면, 언더독으로 평가 받던 일본과 호주, 미국 등이 조별리그를 거쳐 16강에 진출했다. 특히 일본은 독일에 이어 스페인마저 잡는 등 ‘자이언트 킬러’의 면모를 과시하며 세계의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대회 개막 전, 안팎으로 여러 가지 어수선한 일들이 겹쳐 ‘월드컵을 하긴 하는지’ 궁금한 수준이었지만 막상 개막을 하고 대한민국 대표팀이 나름 선전(결과는 불만스럽지만)을 하면서 어쨌든 많은 이들이 관심을 집중하게 되었다.

축구는, 우리나라에서건 외국에서건, 시즌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어떻게든 상대편 골문 안에 공을 집어넣는다’는 기본적인 룰이 상당히 단순한 편이어서 아주 예전의 모습이나 지금의 모습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사실 축구는 시대에 따라 그 안팎으로 때로는 아주 조금만, 때로는 아주 과격한(?) 정도로 달라졌다. 오늘 글에선 대략 21세기에 접어들어 축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21세기 축구를 바라보는 키워드 1: 데이터

현대 축구에선 다양한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고, 각종 도표를 통해 일목요연한 시각화도 가능하다

‘통계의 스포츠’, 혹은 ‘기록의 스포츠’라는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종목은 바로 야구. 이는 <머니볼>이란 영화에서도 매우 흥미롭게 그려진 바 있다. 당연히 플레이와 플레이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둘 수 있는 종목 자체의 특성에 기인한 덕도 있을 것이다. 반면 축구는 하프타임을 제외하고 경기 내내 사실상 쉴 틈이 없이 흘러가기 때문에, 특정한 데이터를 확인하고 축적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은 것이 사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발전한 관련 분야의 기술로 인해 축구에서도 다양한 데이터 확보와 축적이 가능해졌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 선수의 경우, 비슷한 스탯을 생산한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서 특별히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이 바로 XG(Expected Goals), 우리말로는 ‘기대득점’이라고 하는 부분이다. 말하자면 비슷한 골 찬스 상황에서 실제 골로 결정을 지은 수치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높은 편인데, 이와 같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2003년부터 시작한 옵타(Opta)라는 서비스 덕분이다.

그 외에도 요즘엔 캐주얼한 축구 팬들도 많이 알고 있는 히트맵 같은 부분도 관련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새롭게 확보할 수 있게 된 축구 관련 데이터.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중계 도중 특정 선수가 볼을 받은 횟수가 직접 수치화되어 시청자에게 제공된 부분이 이색적이었다.

21세기 축구를 바라보는 키워드 2: 상업성

축구가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축구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스포츠라는 얘기는, 팬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고, 또 시장이 그만큼 넓다는 뜻이니 상업성을 띠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비근한 예로 선수들의 유니폼 가슴팍에 기업의 광고가 들어간 최초의 종목이 바로 축구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1979년에 리버풀 FC 유니폼에 일본 기업 ‘히타치’의 광고가 들어간 것이 최초. 다만 이것이 전 세계 모든 프로리그 가운데 최초라는 이야기는 아닌데, 이에 대해선 정확한 기록을 찾아볼 수가 없어 부득이하게 공란으로 남겨둔다.

그리고 그와 같은 움직임은 TV 중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198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보급이 확대되기 시작한 컬러TV를 통해 시청자들은 유명 선수들이 플레이를 더 생생하게 볼 수 있었으며, 동시에 기업(과 브랜드) 또한 그만큼 생생하게 노출된 것. 아무튼 축구가 상업성을 띤다는 지적이 하루 이틀 있었던 건 아닌데 유독 21세기 들어 그 수위가 높아진 것. 단적인 예로 FIFA 월드컵 경기장의 티켓 가격을 살펴보자. 20세기의 마지막 월드컵이었던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선 가장 저렴한 티켓(3등석)의 가격이 24달러였는데, 21세기 들어 첫 번째 월드컵이었던 2002 한일 월드컵에선 60달러로 두 배가 넘게 올랐다. 당연하지만, 이 티켓의 판매 수익은 절반이 넘게 FIFA가 가져간다!

역시 전 세계적인 규모로 열리는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많은 기업들로부터 스폰서십을 유치하는 일 또한 FIFA에겐 매우 중요한(?) 사업. 대회의 정확한 매출 규모를 확인하기는 힘들지만, 기업으로서도 그만큼 ‘남는 장사’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21세기 축구를 바라보는 키워드 3: 세계화

21세기에, 어쩌면 축구의 세계화는 모두의 지향점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두 나라 대표팀 사이의 경기가 급기야 진짜 전쟁으로 이어진 사례(1969년,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가 치른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지역예선 경기가 계기가 되어 일어났다)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축구는 다른 그 어떤 스포츠 종목보다 원시적이고, 완고한 측면이 있다. 물론 그게 바로 축구의 매력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상당히 많은데, 어쨌든 그런 이유로 축구 경기에선 극단적인 배타성, 혹은 내셔널리즘이 동원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굳이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월드컵이 아니더라도 열정적인 축구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 플레이어를 연중 진행되는 각국 리그(의 중계나 직접 관람)를 통해 소비한다. 제3세계의 축구 변방 출신이지만 부단한 노력과 월등한 실력으로 소속 클럽과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된 스타 플레이어들은 SNS 등을 통해 팬들과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그 대상은 동아시아의 소녀 팬이기도 하고 서유럽의 중년 아재이기도 하며 북미의 ‘사커맘’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 팬이 있는 만큼, 그 어느 종목보다 세계화/탈근대화를 이룩한 종목이 바로 축구인 것이다.

실제로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한 32개 팀 가운데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팀은 전체의 약 1/3에 해당하는 9개 팀이고, 그 중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얄궂게도 고국인 포르투갈을 상대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에겐 당연히 생소하지만, 이중국적을 보유한 선수들도 팀마다 적게는 1~2명에서 많게는 7~8명까지 포함되어 있을 정도.

돌이켜 보면 2002 한일 월드컵 직전 독일 대표팀에 흑인 선수로선 최초로 발탁된 게랄트 아사모아의 사례나 역시 비슷한 시기 이탈리아 대표팀에 승선한 흑인 선수 파비오 리베라니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확실히 21세기 들어 특히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 각국 대표팀에 유색인종 선수들이 많이 뽑히긴 했다(물론 오래 전부터 많은 이민자 가문의 후손들이 대표 선수로 활약한 네덜란드, 프랑스 등은 제외).


불과 몇 시간 뒤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가 이번 대회에서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거나 말거나 쉽지 않은 상황에서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해 뛰어주길 바란다. 부디 더 이상 다치는 일은 우리 선수 그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공 이야기 / 카티 라팽(Cathy Rapin)

날개 없이
45분간의 비상
눈물 없이
45분간의 번민
태양이 이글거리는 시간 수평선들 휘감기고
무수한 입술의 인간 육신이 빚어낸 듯
관중석에선 고통도 낙담의 두려움도 들려오지 않는다
적도 형제도 포옹케 하는
최후 영웅의 무르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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